ADVERTISEMENT

순서 바뀐 '오세훈 수상버스'…운영자 먼저 뽑고 타당성 따진다?

중앙일보

입력

 [이슈분석]  

지난 3월 영국 런던의 템즈강에서 리버버스를 타고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 뉴스1

지난 3월 영국 런던의 템즈강에서 리버버스를 타고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 뉴스1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3월 유럽 방문 중에 추진 의사를 밝혔던 '한강 리버버스(수상버스)'의 민간운영자 선정을 위한 사업신청서 제출이 오는 14일 진행된다. 실제로 배를 들여와서 한강에 띄우고 승객을 실어나를 운영업체 선정 과정이 본격화되는 것이다.

 13일 서울시 미래한강본부(옛 한강사업본부)에 따르면 사업신청서 제출 기한은 14일 하루이며, 20일께 제안서 평가를 거쳐 이르면 21일에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게 된다. 이후 협상을 거쳐 최종 사업자로 결정되면 1년 이내에 운영을 시작해야 한다.

 앞서 서울시는 선박운영업체 등을 대상으로 사업설명회도 개최했다. 주용태 서울시 미래한강본부장은 “계획대로 진행되면 내년 하반기쯤 한강에서 수상버스 운행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만 보면 관광용은 물론 출·퇴근 시간대 통근용으로 활용하겠다는 한강 리버버스 사업이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상황은 전혀 그렇지 않다.

 무엇보다 한강 리버버스사업 자체의 타당성 검토가 아직 이뤄지지도 않았다. 사업이 경제적으로 타당한지, 기대하는 수요와 효과는 나올 수 있는지 등에 대한 조사와 판단이 아직 나온 게 없는 상황이다.

 이호진 서울시 미래한강본부 수상사업부장은 "이번 서울시 추가경정예산(추경)에 수상버스 타당성조사 용역 예산이 포함됐기 때문에 하반기에는 용역이 시작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6년 전 나온 한강 리버버스 타당성 조사 보고서. 중앙일보

6년 전 나온 한강 리버버스 타당성 조사 보고서. 중앙일보

 결국 아직 사업 타당성을 따져보지 않았고, 사업 추진을 확정한 것도 아닌데 운영자부터 뽑는단 얘기다. 게다가 타당성조사 결과가 안 좋으면 사업이 무산될 가능성도 남아있다. 이호진 부장도 "타당성이 안 나오면 사업을 못 할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어렵다"고 인정했다.

 실제로 지난 2017년 민간이 제안한 한강 리버버스에 대해 서울연구원 산하 서울공공투자관리센터가 진행한 타당성조사에선 경제성과 재무성 모두 낙제점으로 나온 바 있다. 특히 출ㆍ퇴근용으로 리버버스를 이용할 승객이 하루 평균 20여명에 불과 할 거란 예상도 담겼다.

 이 때문에 사업 추진의 순서가 뒤바뀌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동규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일반적으로 타당성 조사, 기본 계획,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실시계획 순으로 사업이 이뤄진다"며 "리버버스는 순서가 통상적이지 않은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서울시가 민간사업자 모집을 공개한 '공모 지침서'는 더 부실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리버버스를 통근용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설치해야 할 선착장 위치와 개수, 주요 노선, 그리고 노선별 선박 운항 시격 등이 명확히 제시돼야 한다.

 공모 지침서는 사실상 서울시가 그리는 수상버스의 청사진 역할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철도에서 민자사업자를 공모할 때는 역위치와 개수, 출퇴근 때와 평상시 열차 운행 간격 등 각종 조건을 빼곡히 적어서 공개한다.

 하지만 리버버스 공모 지침서에는 선착장 위치와 개수, 노선과 운행 시격 등은 전혀 언급돼 있지 않다. '한강을 활용해 정해진 노선, 시간, 요금으로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수상 대중교통을 도입 및 운영하는 사업'이라고 정의했지만 정작 세부적인 내용은 없는 셈이다.

 다만 협약체결일로부터 1년 이내 최소 6척 이상, 2년 이내 10척 이상 선박을 도입하고, 운항속도는 20노트(시속 약 37㎞) 이상에 승객 150인 및 자전거 20대 이상 탑승이 가능해야 한다는 정도만 규정돼 있을 뿐이다.

오세훈 시장이 한강 수상버스의 롤모델로 삼고 있는 영국 템즈강 리버버스. 사진 서울시

오세훈 시장이 한강 수상버스의 롤모델로 삼고 있는 영국 템즈강 리버버스. 사진 서울시

 주용태 본부장은 "최소한의 조건만 규정하고 민간에서 보다 창의적인 제안을 받아서 그걸 반영하겠다는 취지"라며 "우리가 너무 세세하게 조건을 달면 민간업체들이 맞추지 못할 우려도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전문기관에서 사업 타당성, 사업추진방법, 사업구조 등을 다 따져본 다음에 구체적인 내용을 담아서 사업자 공모를 해야 체계적인데 이번 지침서는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이번 공모에서는 주요 선착장과 인근 지하철역·버스정류장 간의 연계교통수단에 대한 제안이 빠져있다는 점이다. 승객이 선착장에 어떻게 접근하고, 배에서 내린 뒤 주요 역이나 목적지까지 어떻게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느냐에 따라서 리버버스의 수요가 좌우되는데도 말이다.

 서울시는 접근교통 방안은 별도로 수립할 계획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셔틀버스나 노선버스 등 연계교통수단 계획이 없는 상황에서 운영자가 선착장별 예상 수요를 산출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수요가 어느 정도 확인돼야 요금 책정도 가능하다.

 익명을 요구한 교통 전문가는 "선착장 접근시간과 편리성은 수요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사업의 성패가 달린 중요한 사안인데 구체적 언급조차 없는 건 문제"라며 "이런 방식으로 진행하면 전반적으로 불확실성이 너무 커진다"고 비판했다.

 결국 정작 중요한 건 다 빠지고, 아직 검토도 안 된 채 운영자부터 모집하는, 이례적인 상황이라는 얘기가 된다. 더구나 타당성조사 결과에 따라선 사업 자체가 좌초될 수 있는 여지까지 남아 있다. 오 시장은  많은 전문가가 "서울시가 뭔가 많이 서두르는 느낌"이라고 지적하며 우려하는 이유를 잘 살펴봐야만 할 것 같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