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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에 정리해 보고"…막강해진 노조, 속살 파헤쳤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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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김기찬의 ‘노조를 말하다’

노조를 말하다

노조를 말하다

20년 가까이 된 것 같습니다. 친노조 성향의 노동전문지가 노조의 불편한 이면을 다룬 적이 있습니다. 당시 이 기사에 대해 ‘다 아는 얘기인데, 새삼스럽게 왜?’라는 의문을 노동계에서 던졌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노조 스스로 문제를 알고 있다는 얘기이자 알면서도 변하지 않는다는 뜻이겠지요. 그렇게 노조는 우리 사회에서 ‘꼰대’ 같은 조직으로 굳어진 듯합니다.

그사이 노조의 힘은 막강해졌습니다. 사회 전반에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입니다. 동시에 도덕성 훼손, 강성 투쟁, 이기주의, 정치 권력화 등이 도마 위에 오르며 비판과 질타가 끊이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노조를 비난만 할 것은 아닙니다.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노동자에겐 비빌 언덕이 돼주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노조가 시대에 맞게, 국민의 눈높이에 부합하게 변하고 있나’일 것입니다. 외곬을 고집해서는 국민으로부터 고립되는 것 또한 시간문제일 수 있습니다. 엄연한 사회 구성원인 노조가 배척되는 것은 사회적 손실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노조의 속살을 들여다보고자 했습니다. 언론에 보도되는 파업·시위 같은 단편적 사건이나 정책을 둘러싼 갈등 정도로는 알 수 없는 이면을 말입니다. 노조의 속살을 다루는 건 여간 까다롭지 않습니다. 막강한 힘에 비해 비밀의 성처럼 감춰진 실상을 알아내기도 힘들고, 팩트의 진위도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중앙일보 프리미엄 디지털 구독 서비스 ‘더중앙플러스(The Joongang Plus)’(www.joongang.co.kr/plus) ‘김기찬의 노조를 말하다’는 그렇게 시작됐습니다.

시리즈가 시작된 뒤 노동계에서 잔뼈가 굵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간부회의에서 직원들에게 읽어볼 것을 권유했습니다. 이 장관은 “내가 모르는 내용까지 상세하게 기술돼 있다. 어쩌면 한국 노조의 생리를 한번에 파악할 수 있는 기사다. 정책 입안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습니다.

한 노동계 원로는 “아프다. 노조도 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 외부의 개혁 움직임에 저항하고, 그러다 못 이기는 척 변할 게 아니라 자주적 개혁이 필요하다. 그걸 상기시켜 줬다”고 말했습니다. 대기업 한 인사담당 임원은 “노사관계의 한 축인 경영계와의 관계와 그 사이에서 파생되는 불합리한 현상도 끄집어내면 좋겠다”는 제안도 했습니다.

MZ세대를 중심으로 노조 관행에 반기를 드는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임금·단체협상이 진행 중인 현대차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가 심상찮습니다. 소셜미디어(SNS)에는 ‘노조는 틀딱(틀니와 부딪치는 소리를 합성해 노인 등을 비하하는 말) 대변인이냐’ ‘레알틀딱들 외에는 아무 관련도 없는 요구’ ‘무슨 요구사항이 틀딱으로 시작해 일 못하는 사람 봐주는 것으로 끝나나’ 등의 글이 올라옵니다. ▶장기근속자 우대 ▶정년퇴직자 평생 차값 할인 ▶정년 연장과 40년 근속자에게 400만원 금메달, 700만원 휴가비 지급 등 노조 요구안에 대한 MZ세대 반응입니다.

한 직원은 ‘노조 형들, 이제 집에 갑시다. 욕심 내려놔요. 많이 해먹었어… 꺼억’이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노조 간부의 평균 연령대는 정년에 다다르고 있습니다. 젊은 직원들 입장에선 곧 퇴직할 사람 챙기는 데는 공들이면서, 정작 실제 일터에서 땀 흘리는 자신들 복지는 뒷전인 상황이 영 마뜩잖은 것이죠.

외국은 어떨까요. 노동계 인사는 현 노동운동을 어떻게 평가할까요. 전·현직 정책담당자의 경험과 생각도 궁금해집니다. 노조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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