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장짜리 ‘66년 전 최초 단협’…지금 노조 이때만도 못하다

  • 카드 발행 일시2023.05.31

‘하청업체 근로자에게 기본임금을 보장하라’. 66년 전인 1957년, 막장 노동을 하던 근로자(노조)와 회사 간에 체결한 단체협약에 들어 있는 조항이다.

당시는 임금을 떼먹는 악덕 사업주가 판을 치던 시절이다. 회사는 “일자리라도 지키고 싶으면 시키는 대로 해”라는 식의 고압적인 분위기가 만연했고, 이게 당연시되고 통용되던 때다. 직원이 다치기라도 하면 “(그 작업에) 다른 사람 넣어”라며 대수롭지 않게 대하는 장면을 심심찮게 목격할 수 있었다. 회사 직원을 이런 식으로 대하는 상황이다 보니 하청업체 종업원은 근로자 취급도 못 받았다. 이처럼 암울한 시절에 하도급 업체 근로자의 임금을 노조가 나서 단체협약으로 챙겼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한국 노사 관계에 이런 전통이 이어졌다면 지금처럼 대기업 노조의 우산에 있는 근로자는 더 살찌고, 하청업체 근로자는 상대적으로 더 가난해지는 이중구조가 심화하고 고착화하지 않았을 게다.

단체협약에 정치·경제·사회·문화 현상 녹아…사회 유산

단체협약은 노사가 협상해 체결한다. 단체협약에 반하는 취업규칙이나 계약은 무효일 정도로 그 지위는 막강하다. 따라서 법에 저촉되지만 않는다면 산업 현장에선 법적 효력을 지니는 가장 강력한 규범이다. 최근 고용노동부가 공공 부문의 단체협약을 전수 조사해 불법적인 조항을 적발하고, 시정명령을 내린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특히 단체협약에는 체결 당시의 정치·경제·사회·문화적 요소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시대 상황을 유추하고 읽어낼 수 있는 사회적 유산이기도 하다. 그래서 단체협약의 역사를 짚어보는 것은 한국 사회를 반추하는 또 다른 작업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