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가 임금 밀리고, 간판 내릴 위기?…덩치 큰 이게 끊겨서

  • 카드 발행 일시2023.06.14

2005년 9월이었다. 한국노총이 직원들의 임금을 체불했다. 한국노총 59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노동계의 역점 사업 중 하나인 임금체불 방지가 최상급단체인 노총에서 허물어진 충격적인 사건이다. 더욱이 체불 임금 청산 작업이 한창이던 추석 명절을 17일 앞둔 시점이었다. 체불된 임금은 1억6000여만원에 달했다.

노총이 추석 앞두고 임금체불

당시 한국노총 본부 사무국 인원은 70여 명이었다. 이 가운데 한국노총이 채용해 월급을 주는 직원은 50여 명. 나머지 20여 명은 한국노총으로 파견 나온 기업 노조의 간부였다. 이들은 소속 회사로부터 임금을 받았다. 임금이 체불된 직원 중 32명은 월급이 100만여원밖에 안 되는 지역상담원으로, 7월부터 월급이 밀렸다. 한국노총 직원들은 “추석 보너스는 기대도 안 한다”며 “노동자 돌보는 건 고사하고, 조상도 못 모실 판”이라고 낙담했다.

당시 한국노총은 매년 산하 노조로부터 의무금(상급단체에 내는 노조비) 22억원을 받아 30억원을 지출하는 만성적자 상태였다. 한데 서울 여의도에 본부 건물을 신축하는 도중에 자잿값이 올라 공사비가 수십억원 불어났다. 여기에 등록세와 취득세까지 한 번에 133억원을 지출해야 했다. 이 때문에 누적 부채가 240억원에 달했다. 임금을 지급할 수 없는 막다른 상황에 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