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年 7000만원 폐암 약, 무료로 드립니다" 창업정신 살린 회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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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양행이 폐암 1차 치료제로 허가를 받은 ‘렉라자’를 건강보험 급여에 포함될 때까지 환자에게 무제한 무상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신약 중 보험급여 등재 전까지 의약품을 무상 지원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렉라자. 유한양행 제공

환자 수 제한없는 조기 공급 프로그램 시행

조욱제 유한양행 대표는 10일 서울 더플라자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폐암으로 고통 받는 환자를 대상으로 렉라자가 1차 치료 보험 급여가 될 때까지 조기 공급 프로그램(Early Access Program·EAP)을 통해 무상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후에도 다른 신약이 개발되면 역시 EAP를 시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건강보험 혜택을 받기 전까지 환자에게 약을 무료로 지원하는 EAP를 유한양행의 ‘신약 필수코스’로 안착시키겠다는 것이다.

렉라자는 국내에서 31번째로 개발된 표적 항암제 신약이다. 지금까지 1차 치료제로도 사용하기 위해 다국가 임상 3상 시험을 마쳤고, 지난달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으면서 기존 치료 경험이 없는 환자에게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유한양행에 따르면 앞으로 렉라자는 전국의 주요 대학병원과 종합병원에서 병원별 생명윤리위원회(IRB)를 통과하면 폐암 환자에게 공급된다. 대상 환자 숫자는 제한을 두지 않기로 했다. 폐암 치료제 약값은 통상 환자당 연간 7000만원이 넘어 그만큼 약값 부담을 덜 수 있다. 유한양행은 국민건강보험공단·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약가 협상을 통해 이르면 내년 1분기부터 렉라자가 건강보험에 등재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신약을 시장에 안착시키고, 사회적으로 기여한다는 측면에서 이 같은 방식의 EAP를 운영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조 대표는 “고(故) 유일한 박사의 창업 정신은 ‘가장 좋은 상품을 만들어 국가와 동포에게 도움을 주자’는 숭고한 뜻에 있다”며 “투병만으로도 힘든 폐암 환자 분들이 치료에 대한 경제적 부담까지 떠안는 것을 막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조욱제 유한양행 사장(왼쪽부터), 오세웅 오세웅 중앙연구소장 부사장, 임효영 임상의학본부 부사장이 10일 개최된 기자간담회에서 렉라자 1차 치료제 조기 공급 프로그램(EAP)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유한양행 제공

오세웅 유한양행 중앙연구소장(부사장)은 이날 “현재 종양‧대사‧중추신경계(CNS) 질환 등 3가지 질환군 중 항암 파이프라인을 중심으로 연구개발이 진행 중”이라며 “렉라자 외에 추가 발굴 중인 신약이 10개”라고 소개했다. 이에 대해 조 대표는 “글로벌 혁신 신약의 꿈을 위한 도전을 계속해 나갈 것이며, 유한양행의 자신감은 글로벌 무대에서 대한민국 혁신 신약의 자부심 될 것”이라고 했다.

이날 유한양행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100원(0.18%) 하락한 5만6600원으로 마감했다. EAP가 주주 친화적인 정책이 아니라는 지적에 대해 조 대표는 “주주 배당금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고, 해마다 거의 빠짐 없이 5% 무상증자를 해왔다”고 답했다. 하현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렉라자 등의 의약품 매출 증가와 해외 사업부 호조로 성장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수민 기자 kim.sumin2@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