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부터 발끝까지 '흰색만'...윔블던, 女선수 속옷만 예외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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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부터 발끝까지는 물론 언더웨어(속옷)까지 ‘흰색’을 착용해야 하는 영국의 윔블던 테니스 대회에서 올해부터 여자 선수들의 언더웨어는 예외로 인정받게 됐다.

1일(현지시간) 스카이스포츠 등 유럽 스포츠 전문 매체에 따르면 새로운 복장 규정을 적용한 윔블던 테니스 대회는 오는 3일 영국 런던의 올잉글랜드 클럽에서 개막한다.

지난 2022년 7월 10일 런던에서 열린 윔블던 테니스 선수권 대회 여자 복식 결승전에서 체코의 바르보라 크레이치코바와 카테리나 시니아코바가 중국의 슈아이 장(왼쪽 아래)과 벨기에의 엘리스 메르텐스를 이긴 후 축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속옷까지 ‘화이트’…생리 기간 선수들 배려해 예외 인정

1877년 창설된 유서 깊은 대회인 윔블던은 출전 선수들이 흰색으로 된 복장만 착용할 수 있는 ‘화이트 드레스코드’로 유명하다.

오로지 흰색만 착용할 수 있는 윔블던에서는 모자, 신발 밑창, 상의 밖으로 노출될 수 있는 스포츠 브라의 끈 색깔 등에도 ‘복장 규정’을 적용했다.

흰색이 아닌 다른 색깔을 넣을 수 있는 크기까지 대회 규정에 명시해 제한하고 있다. ‘모자, 헤드밴드, 두건, 손목밴드, 양말은 모두 흰색이어야 하고, 10㎜가 넘게 색깔이 들어갈 수 없다’는 내용이다.

언더웨어까지 흰색이어야 한다는 규정은 2014년 신설됐다. 이런 규정에 윔블던에서는 경기 시작 전과 경기 도중 규정에 맞는 복장인지를 두고 논란이 벌어지는 장면이 종종 연출되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여자 선수들에 한해 색깔 있는 언더팬츠(속바지)를 입을 수 있도록 예외를 인정하기로 했다. 경기 일정이 생리 기간과 겹치는 선수들을 배려했다는 취지다.

“생리 여부 공개될 수도” 지적도

이번 결정에 선수들도 반색했다고 스카이스포츠는 전했다.

영국의 헤더 왓슨은 “사실 이 문제에 대해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금기시돼온 면이 있지만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작년에 나는 피를 멈추기 위해 약을 먹었다. 흰색 속옷을 입어야 한다는 것을 알았고, 어떤 창피함도 마주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국 코코 고프도 “윔블던과 생리 기간이 겹치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며 “이 조치로 그런 부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반응했다.

하지만 실제 얼마나 많은 선수들이 완화한 규정을 활용할 지는 미지수라는 관측도 나온다.

온스 자베르(튀니지)는 최근 인터뷰에서 “흰색이 아닌 언더팬츠를 입을 경우 생리 여부를 공개하게 되는 셈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하며 “물론 여자 선수들을 배려한 이번 조치는 높이 평가할 만하지만, 모든 선수가 색깔이 있는 언더팬츠를 착용하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언더웨어 관련 규정을 완화했지만, 윔블던은 언더웨어가 스커트 길이보다 더 길어서는 안 된다는 규정으로 흰색이 아닌 언더팬츠의 과도한 노출을 최대한 막았다.

이보람 기자 lee.boram2@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