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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워크레인 기사 월례비도 임금"…'건폭 전쟁'중 대법 판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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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전경. 뉴스1

대법원 전경. 뉴스1

타워크레인 기사가 현장에서 받던 ‘월례비’를 임금으로 볼 수 있다는 법원 판단이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철근‧콘크리트 공사업체 A사가 타워크레인 기사 16명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에 대해 29일 심리불속행 기각 결정을 내렸다.

“월례비 받아간 건 부당이득, 돌려달라” 소송

지난 3월 국토교통부, 고용노동부, 서울시, 경찰청 등 기관 관계자들로 구성된 건설 현장 점검팀이 타워크레인 운용 등과 관련해 현장을 살피고 있다. 기사 내용 사건과 무관한 자료사진. 연합뉴스

지난 3월 국토교통부, 고용노동부, 서울시, 경찰청 등 기관 관계자들로 구성된 건설 현장 점검팀이 타워크레인 운용 등과 관련해 현장을 살피고 있다. 기사 내용 사건과 무관한 자료사진. 연합뉴스

이 사건 피고 16명은 2016년부터 2019년까지 광주광역시 지역 공사장에서 타워크레인을 운전해 건설장비·골재 등을 운반한 타워크레인 기사다. 이들은 당시 업계 관행대로 시간외근무수당과 ‘월례비’ 명목으로 월 300만원을 요구했다. 이에 공사업체는 “작업 거부나 태업으로 공사가 지연되는 걸 막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지급했던, 계약 없이 지급된 돈”이라며 3년간 지급한 6억5489만원을 돌려달라며 소송을 냈다.

2심 “수십년 이어진 월례비 관행, 사실상 임금”… 대법원 확정

1심 재판부는 “월례비는 임금이 아니다. 근절해야 할 관행”이라면서도 “공사업체가 ‘월례비 지급이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임의로 지급 결정을 내린 것”이라며 반환청구권이 없다고 봤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지난 2월 “월례비 지급 당시 회사와 기사 간 묵시적 합의가 있었고, 월례비 지급은 수십년간 이어진 관행으로 사실상 기사들에겐 ‘임금’ 성격을 갖게 됐다”며 사실상 임금으로 판단했다. 공사업체가 월례비를 견적에 반영해 입찰에 참여했고 운전기사들이 작업을 거부하거나 월례비 지급을 강제했다고 볼 만한 사정은 없는 점, A사가 소속된 광주·전남 철근 콘크리트 협의회가 월례비 액수를 통일한 점이 근거가 됐다.

대법원은 2심 판결 내용에 대해 중대한 법령 위반 등 특별한 사유가 없다고 판단해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을 그대로 확정했다.

월례비를 임금으로 인정한 첫 판결로 알려진 2심 판결은, 올해 초부터 정부가 월례비를 건설현장의 조직적 불법행위, 즉 ‘건폭’의 핵심으로 꼽고 ‘월례비와 전쟁’을 하던 와중에 나온 판결이라 주목을 받았다.

월례비 요구 기사에게 면허정지 처분을 검토하던 국토부는 “월례비는 정상적 임금이 아니다”라며 법원 판결에 반박 자료를 내기도 했다. 경찰은 건설현장 불법행위를 200일간 특별단속했고, 최근 기간을 50일 더 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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