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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 위협하는 열사병, 대낮 활동 피하고 물 자주 마셔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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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5호 28면

헬스PICK

본격적인 여름이다. 더위가 몰아치면 자연스레 따라오는 불청객이 있다. 무더위로 인해 발생하는 온열질환이다. 고온에 장시간 노출될 경우 온열질환에 걸리기 쉬워진다. 이땐 두통과 발열, 구토, 어지럼증 등 몸이 보내는 이상 신호를 빠르게 알아채는 것이 중요하다. 비교적 가벼운 열탈진(일사병)이 있는가 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열사병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노약자나 만성질환자는 고온에 더 취약하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강력한 폭염이 예상되는 올여름에는 건강을 위협하는 온열질환에 대한 적절한 대처가 필요하다.

커피·탄산음료는 오히려 탈수 유발

우리 몸은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평균 36.5도의 체온을 유지하는 항온동물이다. 바깥 기온에 영향을 받아 더위를 느끼면 피부 온도가 올라가고 추우면 내려간다. 하지만 과도한 열에 노출되면 건강에 적신호가 켜질 수밖에 없다. 뇌의 시상하부가 체온 조절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몸을 떨거나 땀을 많이 흘리는 등 이상 신호가 나타나는 것이다. 순천향대 부천병원 응급의학과 한상수 교수는 “온열질환은 고온의 환경에 오랫동안 노출됐을 때 발생하는 급성 질환으로 흔히 두통과 피로감, 갈증, 어지럼증, 의식 저하 등을 유발한다”고 설명했다.

그래픽=양유정 기자 yang.yujeong@joongang.co.kr

그래픽=양유정 기자 yang.yujeong@joongang.co.kr

온열질환의 종류도 다양하다. 가장 흔한 건 일사병이다. 열탈진으로 불리는 일사병은 신체 온도가 37~40도까지 높아지는 상태를 말한다. 무더위에 땀이 많이 나 체액이 부족해지면서 문제가 생긴다. 이땐 체내의 전해질과 영양분이 손실되며 탈수가 온다. 이외에도 ▶몸이 붓는 열부종 ▶여러 개의 뾰루지가 올라오는 열발진 ▶갑자기 의식을 잃는 열실신 ▶근육통이 나타나는 열경련 등이 있다. 다행히 이들 질환은 서늘한 곳에서 휴식을 취하면 금방 회복된다. 물이나 전해질 음료를 마시면 회복 시간을 앞당길 수 있다. 중앙대병원 응급의학과 안치원 교수는 “온열질환은 증상의 경중에 따라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며 “그늘에서 충분히 휴식했는데도 증상이 사라지지 않으면 빨리 병원으로 이동해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장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는 건 ‘열사병’이다. 이 단계가 되면 체온이 40도 이상으로 올라가며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몸속 주요 장기가 손상될 수 있는 응급상황이다. 열사병은 체온 유지를 담당하는 중추신경계까지 영향을 미친다. 정신이 혼미한 상태가 지속하고 말투가 어눌해질 수 있다. 그러면서 호흡 이상과 발작, 경련, 의식불명 등이 관찰될 수 있다. 특히 열사병에 걸리면 땀이 나지 않는다. 일사병과 달리 땀나는 기능이 상실돼 피부가 건조해진다.

응급처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안 교수는 “열사병으로 발전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에 재빨리 응급처치를 해야 한다”며 “열사병 의심 환자를 발견하면 즉시 119에 신고한 뒤 그늘로 이동시키는 게 순서다”고 강조했다. 구급차가 도착하기 전까진 환자가 입고 있는 옷을 느슨하게 풀어 통풍이 잘되게 해야 한다. 얼음이나 젖은 수건 등을 활용해 환자의 체온을 낮추는 것도 도움된다. 단 의식이 없는 환자에게 물이나 음료를 주는 건 매우 위험한 행동이다. 의식이 희미한 상태에서 음료를 마시면 질식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픽=양유정 기자 yang.yujeong@joongang.co.kr

그래픽=양유정 기자 yang.yujeong@joongang.co.kr

노약자와 만성질환자는 온열질환에 더 취약하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온열질환자는 총 1564명으로 2021년 대비 13.7% 증가했다. 연령대별로 보면 65세 이상 노년층이 전체 환자의 27%를 차지했다. 인구 10만 명당 온열질환자 수는 80세 이상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고령일수록 온열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만성질환자도 마찬가지다. 평소 고혈압과 당뇨병, 심뇌혈관질환 같은 만성질환이 있는 경우 더위 자체가 건강을 위협할 수 있는 요인이 된다. 한 교수는 “무더위로 혈압과 혈당이 높아지면 기저질환이 악화해 돌연사 위험이 커진다”며 “따라서 온열질환 고위험군은 무더위가 이어질 때 활동량을 평소보다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온열질환은 일상생활에서 작은 실천으로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첫째는 무더위를 피해 시원한 곳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더위에 노출돼 어지럽거나 피로감이 몰려온다면 그늘처럼 서늘한 곳을 찾아 휴식을 취하는 것이 현명하다. 열지수나 기상 상태를 미리 점검하는 습관도 필요하다. 야외 활동을 해야 할 땐 주변에 서늘한 휴식 장소가 있는지 사전에 확인할 필요가 있다. 둘째는 물을 자주 마시는 것이다. 갈증을 느끼기 전부터 규칙적으로 수분을 섭취하는 게 좋다. 몸에 특별한 이상이 없을 경우 물은 자주 마실수록 건강에 이롭다. 다만 카페인 음료나 탄산음료는 이뇨 작용을 촉진해 오히려 탈수를 유발할 수 있다. 한낮 최고 기온이 33도가 넘는 폭염일 땐 가급적 카페인 음료와 탄산음료 섭취를 줄인다. 이온음료는 땀으로 손실된 체내 수분을 채우는데 일정 부분 도움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이온음료도 다량의 과당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많이 마시는 건 지양해야 한다.

헐렁한 옷 입고 모자·양산 챙겨야

셋째는 옷을 가볍게 입는 것이다. 밝은색의 헐렁한 긴소매 옷을 입는 것이 가장 좋다. 통풍이 잘돼야 체온이 오르는 걸 막을 수 있다. 간혹 패션을 위한 목적으로 여름에도 비니 모자나 두꺼운 롱부츠 등을 착용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는 폭염 상황에선 삼가야 할 행동이다. 무더위엔 땀을 잘 배출할 수 있는 샌들이나 기능성 신발을 신는 것이 좋다. 마지막은 더운 시간대에 야외 활동을 자제하는 것이다. 위험 시간대(낮 12시~오후 5시)엔 활동을 피하는 게 상책이다. 이땐 실내에서 편히 휴식을 취하는 것이 현명하다. 야외 활동이 불가피한 경우 챙 넓은 모자와 양산을 활용하는 것이 도움된다. 집으로 돌아오면 시원한 물로 샤워하면서 체온 유지에 힘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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