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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다녀가면 사우디 쫓아와"…엑스포 유치에 빛난 여야 합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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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순서에서 박수가 가장 많이 나왔다.”

지난 20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030년 세계박람회(EXPO·엑스포) 유치 후보국들의 4차 경쟁 프레젠테이션(PT)을 현지에서 지켜본 7명의 의원은 여야 가릴 것 없이 이렇게 입을 모았다. 국회 ‘2030세계박람회 부산유치지원 특별위원회’ 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박재호 의원(부산 남을)은 “저희가 보기에도 우리가 최고 잘했다”며 “70~80개국 회원국 관계자들이 참석했는데 한국이 임팩트 있게 강점을 부각했다는 평가가 많았다”고 전했다.

2030 세계박람회 부산 유치 활동 지원을 위해 프랑스를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파리 이시레몰리노에서 열린 제172차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4차 경쟁 프레젠테이션(PT)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30 세계박람회 부산 유치 활동 지원을 위해 프랑스를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파리 이시레몰리노에서 열린 제172차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4차 경쟁 프레젠테이션(PT)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30년 엑스포 유치전은 한국 부산,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이탈리아 로마의 3파전으로 진행 중이다. 개최 도시는 오는 11월 국제박람회기구(BIE) 173차 총회에서 179개 회원국의 비밀투표로 결정된다. 1차 투표에서 3분의 2 이상 득표한 국가가 없으면 상위 2개국끼리 결선 투표를 한다. 한국은 사우디와 함께 결선에 진출한 다음 이탈리아를 지지하던 유럽 국가의 표를 흡수해 역전승을 노린다는 전략이다. 국회도 올 상반기 동안 국회의장단과 엑스포 특위, 각 의원친선협회가 30여 개국을 방문해 부산엑스포 지지를 호소하는 등 유치전에 힘을 보탰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5일 오후(현지시간)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와 회동했다. 국회의장실

김진표 국회의장은 5일 오후(현지시간)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와 회동했다. 국회의장실

 한국의 의회외교는 3파전에서 오일 머니를 앞세워 선두를 차지하고 있는 왕정국가 사우디와 큰 차별점이다. 특히 내각제이면서 한국 정부와 교류가 많지 않은 나라 등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고 한다. 올해 5월 말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스위스·영국 등 비EU 국가를 방문한 한 의원은 “보스니아는 정부 간 채널이 마땅치 않아서 의회 차원에서 와 달라는 요구가 있었다”며 “중장기적 관점에서 한국과 관계를 가져가는 것이 이익이라는 취지의 이야기를 들어서 놀랐다”고 전했다. 보스니아는 유럽 내 대표적 이슬람권 국가로 사우디 자본이 꽤 진출해있다고 한다. 이 의원은 “유럽 국가는 대체로 인권 문제에 민감해서 사우디가 돼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도 하더라”고 덧붙였다.

 저개발 국가일수록 한국 모델에 대한 선망이 상당히 높다는 점도 현지 면담에서 확인된다고 한다. 올해 1월 여야 의원은 부산엑스포 지지를 호소하기 위해 방문한 중남미 국가 코스타리카 국회에서 환대를 받았다. 당시 방문한 민주당 의원은 “국회의장이 본회의를 중단시키고 한국 의원단을 본회의장에 입장시킬 정도로 환영해줬다. 코스타리카 의원 전원이 단상으로 내려와 우리와 돌아가며 악수를 했다”고 전했다. 박재호 의원은 “사우디 오일머니 위력도 크지만 한국 문화와 IT 기술 이전 등에 관심을 보이는 곳도 많다”고 말했다.

김영주 국회부의장이 30일(현지시간) 보스니아의 보르야나 크리쉬토(Borjana Kri?to)각료이사회 의장(총리)을 면담했다. 국회부의장실

김영주 국회부의장이 30일(현지시간) 보스니아의 보르야나 크리쉬토(Borjana Kri?to)각료이사회 의장(총리)을 면담했다. 국회부의장실

 물론 각 나라 지도자와 한국과의 친밀도는 부산엑스포 유치에 큰 도움을 주기도 한다. 헝가리는 올해 6월 김진표 국회의장의 공식방문 때 EU 국가 중에선 처음으로 부산엑스포 지지를 선언했다. 빅토르 오르반 총리는 축구팬이라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개인 자격으로 한국을 방문했다고 한다. 반대로 정상 간 교류가 활발하다고 해서 부산엑스포 지지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문재인 정부에서 세 차례 서울과 우즈베키스탄을 오가며 정상회담이 열렸지만, 우즈베키스탄은 같은 이슬람권인 사우디 지지를 선언한 상태다.

 반면 최근엔 한국 의원이 다녀간 뒤 지지 국가를 사우디에서 한국으로 바꾸는 경우도 나오고 있다고 한다. 투르크메니스탄은 올해 4월 한·투르크메니스탄 의원친선협회장인 이달곤 국민의힘 의원이 이끄는 대표단이 다녀간 뒤 기존의 사우디 지지 입장을 변경해 한국 지지를 공식 표명했다. 투르크메니스탄도 사우디와 같은 이슬람권 국가다.

유치전이 과열되다 보니 한국이 다녀간 국가를 사우디가 또다시 찾는 경우도 있다. 국회 엑스포 특위 소속 의원은 “사우디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사실상 집권프로젝트로 2030 엑스포 유치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

올해 1월 한ㆍ코스타리카 의원친섭협회 소속 여야 의원들이 코스타리가 국회를 방문해 의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국회사무처 제공

올해 1월 한ㆍ코스타리카 의원친섭협회 소속 여야 의원들이 코스타리가 국회를 방문해 의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국회사무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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