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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만의 美 국무장관 방중…내정간섭 논란 관련 “中에 우려 제기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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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현지시간) 미국 국무부는 18~19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사진은 블링컨(왼쪽) 국무장관과 친강 중국 외교부장. AFP=연합뉴스

14일(현지시간) 미국 국무부는 18~19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사진은 블링컨(왼쪽) 국무장관과 친강 중국 외교부장. AFP=연합뉴스

“치열한 경쟁은 치열한 외교를 필요로 합니다.”(Intense competition requires intense diplomacy)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커트 캠벨 인도태평양조정관과 카린 장피에르 대변인, 그리고 국무부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동아태차관보와 매슈 밀러 대변인이 14일(현지시간) 언론 브리핑에서 약속이나 한 듯 똑같이 입에 올린 말이다. 오는 18~19일로 확정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의 중국 방문 계획에 대해 설명하면서다. 이들은 “대통령이 세계 지도자들과 외교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긴장을 조절하고 관리하기 위해서”라며 블링컨 장관의 이번 방중에 담긴 ‘외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중국과 첨예한 경쟁을 하면서도 적극적인 외교 전략을 병행해야 한다는 논리다.

미 국무부는 블링컨 국무장관이 오는 16~21일 중국과 영국을 순차 방문한다고 14일 공식 발표했다. 지난 2월 중국 정찰풍선 사태로 전격 취소됐던 블링컨 장관의 중국 방문이 4개월 만에 다시 성사된 셈이다. 국무장관의 방중은 조 바이든 행정부 들어 처음이며 트럼프 정부 때인 2018년 10월 당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문 이후 5년 만이다.

커트 캠벨 미국 백악관 인도태평양조정관이 지난해 5월 11일(현지시간) 워싱턴 DC 싱크탱크 미국평화연구소(USPI) 대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USPI 유튜브 캡처

커트 캠벨 미국 백악관 인도태평양조정관이 지난해 5월 11일(현지시간) 워싱턴 DC 싱크탱크 미국평화연구소(USPI) 대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USPI 유튜브 캡처

백악관과 국무부는 “이번 방중의 주요 목표”라며 ▶경쟁이 오해나 갈등으로 번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개방적이고 권한 있는 의사소통 채널을 구축하고 ▶다양한 영역에서 미국의 가치와 이익을 대변하며 지역 및 세계 안보 문제에 대해 논의하고 ▶기후 및 세계 거시경제 등 초국가적 도전 과제에 대한 잠재적 협력을 모색하는 것이라고 했다. 국무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블링컨 장관은 18~19일 베이징에 머무는 동안 중국 고위 당국자들과 만나 미ㆍ중 관계를 책임 있게 관리하기 위해 양국 간 소통 라인을 유지하는 것의 중요성 등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도 “중국과 미국의 쌍방 협의를 거쳐 블링컨 장관이 18~19일 중국을 방문한다”고 공지했다.

방중 기간 논의 테이블에는 양자 관계와 대만해협 문제 등 다양한 분야가 의제로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국무부는 한ㆍ중 관계 등에서 중국의 행동에 대한 우려를 제기할 것이라고 했다.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중국은 한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의 내정 간섭을 하고 있는데 회담에서 이 문제를 논의할 예정인가’라는 취재진 질문에 “이번 순방을 통해 우리는 여러 영역에서 중국의 행동에 대한 우려를 제기할 것”이라며 “펜타닐(중독성 강한 마약성 진통제), 양안 문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와의 연대 등 다수의 문제들이 제기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외교 결례 논란을 낳은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이른바 ‘베팅’ 발언 등과 관련해 블링컨 장관이 미국의 우려를 중국에 전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북한이 예고한 군사정찰위성 재발사를 앞두고 북한의 핵ㆍ미사일 도발 등에 대한 논의도 이뤄질 전망이다. 앞서 성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지난 12일 워싱턴특파원 간담회에서 “블링컨 장관의 베이징 회담에서 북한이 현안에 오를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고 했다.

이와 함께 반도체와 인공지능(AI) 관련 논의도 있을 거라고 한다. 캠벨 조정관은 “중국의 반도체 첨단 기술 사용에 대한 우려 등 문제를 블링컨 장관이 직접 제기할 것”이라며 “AI 발전이 미래에 어떻게 진행될지에 대한 국제적 논의와 대화에는 중국도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미국 국무부 동아태차관보가 지난해 6월 6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열린 한국국제교류재단과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한미전략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미국 국무부 동아태차관보가 지난해 6월 6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열린 한국국제교류재단과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한미전략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에 미ㆍ중 간 고위급 대화 채널이 재개되면 강 대 강으로 치달았던 양국 관계에 변화의 모멘텀이 마련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캠벨 조정관은 이와 관련해 “서로의 의도에 대한 명확한 그림이 특히 현 단계에서는 중요한 진전”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지금은 강도 높은 외교가 필요한 시간이다. 이것이 전략적인 변화나 미국 국가 전략에 새로운 것은 아니다”고 했다.

크리튼브링크 차관보는 “우리가 적어도 잠재적 갈등에 빠지지 않도록 오산의 위험을 줄이기를 희망한다”며 “이것이 우리 앞에 놓인 실질적이고 생산적인 의제가 될 것이지만 이런 최우선 목표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지 반드시 긴 성과물 목록을 작성하는 게 목표는 아니다”고 했다. 그러면서 “많은 성과물을 기대하진 않는 것이 현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앨리슨 “미ㆍ소처럼 미ㆍ중 협력해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의 방중 계획이 발표된 14일(현지시간) 그레이엄 앨리스 하버드대 교수는 워싱턴포스트(WP)에 실은 ‘두 강대국이 더 안전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협력할 수 있을까? 전에도 그런 일이 있었다’라는 제하의 기고문에서 미국과 중국이 경쟁하면서도 협력을 통해 평화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사진 워싱턴포스트 홈페이지 캡처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의 방중 계획이 발표된 14일(현지시간) 그레이엄 앨리스 하버드대 교수는 워싱턴포스트(WP)에 실은 ‘두 강대국이 더 안전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협력할 수 있을까? 전에도 그런 일이 있었다’라는 제하의 기고문에서 미국과 중국이 경쟁하면서도 협력을 통해 평화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사진 워싱턴포스트 홈페이지 캡처

블링컨 장관의 방중 계획이 발표된 이날 그레이엄 앨리스 하버드대 교수는 미국과 중국이 경쟁하면서도 협력을 통해 평화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워싱턴포스트(WP)에 실은 ‘두 강대국이 더 안전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협력할 수 있을까? 전에도 그런 일이 있었다’라는 제하의 기고문에서다.

앨리슨 교수는 WP 기고문에서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에 시달리던 당시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대(對)소련 봉쇄 일변도 전략에서 벗어나 타협과 협력에 나선 사례를 제시하며 “백악관과 크렘린 사이 핫라인을 통해 즉각 통신을 허용하고 협상을 통해 대기 중 핵무기 실험을 금지하는 1963년 조약, 무기 통제 협정에 이어 1968년 핵확산금지조약에 이르는 등 위기관리의 틀을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대만을 둘러싼 (미ㆍ중) 양국의 이견은 화해할 수 없는 것이지만 화해할 수 없다는 게 관리할 수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며 “미국과 소련이 그랬던 것처럼 미국과 중국도 경쟁하고 협력해야 하는 운명에 처해 있다”고 했다. 그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양측 간 경쟁이 오랫동안 평화롭게 지속될 수 있을 만큼 안전한 세상을 건설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까? 전에도 그런 일이 있었다”며 글을 마무리했다.

그레이엄 앨리슨 미국 하버드대 교수가 2019년 5월 30일 제주도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 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그레이엄 앨리슨 미국 하버드대 교수가 2019년 5월 30일 제주도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 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빌 클린턴 행정부 때 국방부 차관보를 지낸 앨리슨 교수는 2017년 저서 『예정된 전쟁』에서 기존 패권국과 신흥국의 갈등을 ‘투키디데스의 함정’이란 개념으로 설명하며 미ㆍ중 갈등의 위험성을 경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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