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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안보리 이어…韓, 해양법재판관 등 국제기구 포스트 노린다

중앙일보

입력

독도 영유권 문제 등의 이유로 한국에 특히 중요한 국제해양법재판소(ITLOS) 재판관 선거에서 한국이 역대 세 번째 재판관을 배출할 전망이다. 최근 11년만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 진출에 이어 국제기구 주요 포스트에서 한국의 존재감을 높여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는 1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리는 국제해양법재판소(ITLOS) 재판관 선거에 출마한 이자형 외교부 국제법률국장. 외교부 유튜브 캡처.

오는 1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리는 국제해양법재판소(ITLOS) 재판관 선거에 출마한 이자형 외교부 국제법률국장. 외교부 유튜브 캡처.

"끝까지 당선 노력"

13일 외교부에 따르면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리는 제33차 유엔해양법협약 당사국총회 기간 중인 14일(현지시간) 국제해양법재판소 재판관 선거가 열린다. 한국에선 이자형 외교부 국제법률국장이 출마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한국 시간으로 14일 자정 무렵 결과를 알게 될 것 같다"며 "끝까지 우리 후보가 당선할 수 있도록 계속 최선의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해양법재판소는 해양 경계 획정, 어업, 해양 자원 개발, 해양 환경 등 유엔 해양법 협약의 해석·적용과 관련된 분쟁 해결을 맡는 상설 국제 재판소다. 독도 영유권 문제, 중국의 불법 조업, 더 나아가 최근 논란이 되는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까지 다양한 현안과 얽혀있다. 중국·일본과 배타적경제수역(EEZ)의 경계를 획정하지 못하고 있는 등 여러 해양 분쟁 사안을 안고 있는 한국의 입장에선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오는 1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리는 국제해양법재판소(ITLOS) 재판관 선거에 출마한 이자형 외교부 국제법률국장의 당선을 격려하는 박진 외교부 장관. 외교부 유튜브 캡처.

오는 1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리는 국제해양법재판소(ITLOS) 재판관 선거에 출마한 이자형 외교부 국제법률국장의 당선을 격려하는 박진 외교부 장관. 외교부 유튜브 캡처.

이와 관련 야당은 일본의 오염수 방류 문제도 국제 해양법 재판소로 가져가자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문재인 정부에서는 대통령의 지시로 관련 법적 검토가 이뤄지기도 했다. 다만 이러한 절차가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현실성은 낮다는 게 대체적인 중론이다.

한ㆍ일 재판관 당선 유력

해양법재판소는 연임 가능한 9년 임기의 재판관 21명으로 구성된다. 유엔 해양법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3년마다 7명씩 비밀투표로 신임 재판관을 뽑는다. 이번 재판관 선거는 아시아·태평양 그룹의 2석을 두고 한국의 이자형 국제법률국장과 일본의 호리노우치 히데히사 전 주네덜란드 일본대사, 이라크의 무함마드 하무드 전 외무차관까지 3명이 경합하고 있다. 현재로선 한국과 일본 후보가 나란히 재판관에 당선되는 시나리오가 유력하다.

한국의 경우 국제해양법재판소에 1996∼2008년 재임한 고(故) 박춘호 재판관에 이어 백진현 재판관이 2009년부터 현재까지 재직 중이다. 이 국장이 당선되면 역대 세 번째 재판관이 된다. 이 국장은 국제법규과장, 주유엔대표부 참사관 등을 거쳐 국제법률국장을 맡고 있는 외교부 내 대표적인 국제법 전문가다. 그는 지금까지 유엔해양법협약 당사국 회의 수석대표, 유엔공해어업협정협상 수석대표, 한ㆍ중 해양경계확정협정 실무수석대표 등 해양법과 관련한 다양한 협상 경험도 갖추고 있다.

오는 1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리는 국제해양법재판소(ITLOS) 재판관 선거에 출마한 이자형 외교부 국제법률국장. 외교부 유튜브 캡처.

오는 1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리는 국제해양법재판소(ITLOS) 재판관 선거에 출마한 이자형 외교부 국제법률국장. 외교부 유튜브 캡처.

정부가 국제법 학자 출신이 아닌 현직 외교관을 국제해양법재판소 재판관 후보로 낙점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재판관의 직무는 중립적이지만 자국 출신 재판관을 두는 것 자체가 국익을 보호하는 발판을 마련한다는 상징성을 지닌다. 외교부 당국자는 "국제해양법재판소에서 한국에 유리한 판례가 많이 쌓이면 그만큼 추후 분쟁 해결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韓, 글로벌 요직 속속 차지

글로벌중추국가(GPS)를 지향하는 한국이 국제기구 요직을 차지하며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6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에 한국이 2024~2025년도 임기로 11년만에 다시 선출된 건 한국 외교의 대표적 성과로 꼽힌다. 한국의 안보리 진입과 관련해선 지난해 10월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 선거에서 처음으로 낙선했던 '충격'을 거울삼아 각종 국제기구 선거에서 득표력을 전략적으로 배분하는 등 신중을 기해온 외교적 노력의 결과란 평가가 나온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이외에도 지난 9일에는 세계무역기구(WTO) 세이프가드위원회 의장에 전응길 제네바 대표부 공사참사관이 뽑혔다. 최근 북한의 소위 정찰위성 발사 시도로 주목받은 국제해사기구(IMO)의 경우, 임기택 사무총장이 8년째 이끌고 있다. IMO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강력 규탄하고 IMO 협약 및 결의 준수를 촉구하는 결의를 역대 최초로 채택했다.

국제사회에서 중대한 반(反)인도 범죄를 저지른 개인을 형사 처벌하기 위한 최초의 상설 국제 재판소인 국제형사재판소(ICC)도 정창호 재판관이 18명의 재판관 중 한 명으로 8년째 재직 중이다. ICC는 지난 3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전쟁범죄 혐의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하는 등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더욱 주목받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한국의 우수한 인적 자원이 국제사회에 포진함으로써 정부가 추진하는 글로벌 중추 국가(GPS) 비전 구현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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