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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레임덕 최소화를 원하면 인사를 잘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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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가 1년 남짓 남았다. 이번 정기국회가 처리하는 예산이 노 대통령의 마지막 집행분이다. 정치권의 관심은 이미 다음 대통령 선거로 옮아가 있다. 어제 전 청와대 부속실장이 본지 인터뷰에서 지적한 대로 레임덕(임기말 권력누수)이 찾아온 지는 1년이 넘는다. 정작 노 대통령과 참모들만 모르고 있을 뿐이다.

역대 대통령들의 임기 말은 한결같았다. 친인척과 측근의 비리, 그리고 거짓말과 오기, 임기 이후에 대한 구상. 그 결과인 인기 추락과 집권당으로부터 버림받기의 수순을 거쳐 왔다. 번번이 그 길을 걸어오면서도 권력에 취해 있으면 경고등인 '빨간불'이 켜져 있어도 볼 수가 없다. 임기 말일수록 귀를 열고 겸허하게 국민의 소리를 들어야 한다.

레임덕을 최소화하려면 인사부터 잘해야 한다. 이제 와서 무슨 일을 새로 벌이겠는가. 코드 인사를 고집해 여야 대치로 허송할 시간이 없다. 전효숙씨를 헌법재판소장에 임명하는 것은 여권도 포기한 듯하니 다행이다. 새로운 후보를 지명할 때는 또다시 그런 전철을 밟을 수는 없다. 국민이 납득할 만한 공정하고 존경 받는 인사를 찾아주기 바란다.

초당적 협조가 필요한 외교.안보 분야 장관 인선에서는 야당의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 야당이 반대하는 장관 중 적어도 이재정 통일부 장관 후보만은 재고해 주기를 기대한다. 대선자금으로 감옥엘 갔다가 특별사면을 받은 부도덕성은 접어두더라도 청문회에서 보인 그의 대북관으로는 이 나라의 정통성을 지켜낼 것으로 믿을 수가 없다.

1년이라도 임기를 보장하려면 선거 관리 내각을 짜야 할 시점이다. 한명숙 총리를 비롯해 정세균 산자, 박홍수 농림, 유시민 복지 등 정치권 인사는 돌려보내고, 중립적 관리내각으로 바꿔야 한다. 야당에 연정이나 거국내각을 제의할 필요 없이 국정을 그렇게 운영하면 된다.

가장 중요한 건 청와대 비서실이다. 임기 말로 갈수록 대통령의 귀는 어두워진다. 갈등만 일으키는 386이나 그 세력에 업혀 휘둘리는 사람으로는 임기 말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