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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한 것 아냐” “한국 무슨 상관이냐”…싱하이밍 ‘거친 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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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자리에서 “중국의 패배에 베팅하면 후회한다”는 발언으로 논란이 된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의 ‘외교적 결례’ 발언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외교가에선 싱 대사가 13년 넘게 한국에서 근무하면서 논란이 될 소지가 큰 발언을 반복해 왔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정부가 이번에 최소한 싱 대사 본인의 유감 혹은 사과 표명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배경도 이와 무관치 않다.

싱 대사는 한국에서 네 차례, 북한에서 두 차례 근무한 중국 외교부 내 한국통이다. 한국어도 자연스럽게 구사한다. 그러나 유창한 한국어 실력은 양국관계 우호 증진이 아닌 중국의 일방적인 입장을 정제되지 않은 언어로 쏟아내는 데 활용되곤 했다.

김영희 디자이너

김영희 디자이너

싱 대사는 공사참사관이던 2010년 장신썬 주한 중국대사가 부임 인사차 현인택 통일부 장관을 예방한 자리에 배석했다. 당시 그는 현 장관이 천안함 피격 사건에 대한 중국의 책임 있는 역할을 촉구하자 한국말로 “녹음도 하고 촬영도 하느냐, 너무한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과장급 외교관이 주재국 장관의 발언에 ‘딴지’를 놓은 상황에 대해 논란이 일었다.

2020년 1월 대사 부임 후에는 각종 행사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거친 화법’을 이어갔다. 2020년 5월 중국 CCTV 인터뷰에서 그는 ‘신시대 중국 외교’를 설명하면서 “친구는 좋은 술로 대접하되 늑대는 총으로 쏴야 한다”고 말했다. 외교가에선 이를 한국에 대한 중국의 본격적인 ‘전랑(戰狼·늑대 전사) 외교’ 기조를 드러낸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실제 그는 지난해 10월 한·중 고위지도자 아카데미 입학식에서 대만 문제를 꺼낸 뒤 “한국이 옳고 그름을 분명히 가리고 본질을 분명히 알며, 간섭을 배제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당시 참석자는 “외교사절이 한국의 정책과 입장을 감정적으로 비판하는 것을 이해하기 어려웠고, 행사 취지에도 맞지 않는 부적절한 언행이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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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 대사는 그 무렵 수교 30주년 기념사업준비위원회 주최 출판기념회에서도 “한국은 신장 문제를 갖고 중국을 흔들면 안 된다. 신장이 한국과 무슨 상관 있느냐. 대답 좀 해 달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직전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한국이 신장·위구르 인권 침해를 토론하자는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진 데 대한 반발이었다.

김영희 디자이너

김영희 디자이너

싱 대사 관련 논란은 개인 신상을 둘러싼 의혹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그는 지난달 중국 진출 기업이 울릉도에서 운영 중인 최고급 숙박시설에 무료 투숙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호화 접대 의혹이 일자 주한 중국대사관 측은 이날 중앙일보에 “울릉도에 다녀온 것은 사실이지만 일정은 한국 측에서 준비한 대로 따랐고 통상적인 외교 교류 활동의 일환”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외교가에서는 2008~2011년 싱 대사가 주한 중국대사관 공사참사관으로 근무할 당시부터 개인 신상문제가 불거졌다는 말이 나온다. 한 외교 소식통은 “싱 대사는 여러 이유로 2015~2019년 몽골 대사를 끝으로 물러나기로 돼 있었다”며 “그러다 미·중 패권경쟁 속에서 한반도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한국 대사까지 맡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외교 소식통도 “올해 대사 3년 차인 싱 대사가 자리를 더 지키거나 본국으로 돌아가 좋은 자리를 맡기 위해 베이징 지도부를 향해 발신한 메시지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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