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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판 칩스법 시작부터 난관…독일 “인텔 공장에 돈 더 못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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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독일 정부가 인텔이 요구한 반도체 공장 추가 보조금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이 2030년까지 세계 반도체 생산 분야에서 점유율을 2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선언하며 투자 유치와 보조금 지급을 늘리고 있는 가운데, 현지에선 이에 대한 회의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11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크리스티나 린드너 독일 재무부 장관은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의 추가 보조금 지급 요청에 대해 “더 이상 돈이 없다”며 “우리는 지금 예산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통합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유럽판 칩스법은 무엇?

유럽판 칩스법은 무엇?

인텔은 독일 마그데부르크에 170억 유로(약 23조2800억원)를 들여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와 자체 칩 제조공장(팹)을 건설할 예정이다. 당초 독일 정부는 공장 조성 비용의 40% 수준인 68억 유로(약 9조4500억원)를 지원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원자재·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건설 비용이 30% 늘어나면서, 인텔은 독일 정부에 지원금을 100억 유로(약 13조8900억원)로 늘려 달라고 요청한 상태였다.

EU는 2030년 말까지 민간과 공공에서 430억 유로(약 59조5700억원)를 투입해 현재 10% 이내인 세계 점유율을 20%까지 끌어올린다는 내용의 반도체법을 통과시켰다. 인텔은 이런 유럽의 ‘러브콜’에 가장 적극적으로 호응하며 향후 10년간 유럽에 800억 유로(110조82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파운드리 후발주자인 인텔과 반도체 ‘제조 자립’을 선언한 유럽이 손을 맞잡은 모양새였다.

한편 유럽계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와 미국 글로벌파운드리가 프랑스 서남부 인근에 총 75억 유로(10조3900억원)를 들여 공장을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프랑스 정부에 따르면 이는 “원자력 분야를 제외하고 수십년간에 이뤄진 최대 투자”다. 프랑스 정부는 이에 29억 유로(약 4조원)를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1000개의 일자리 창출을 기대하면서다.

이렇게 유럽의 반도체 기업 유치가 순조로워 보였지만 금세 제동이 걸렸다. 유럽 내에선 정부 지원에 대해 부정적인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FT는 “유로존 최대 경제국(독일)의 일부 경제학자는 보조금이 세금 낭비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칩 산업의 복잡한 공급망을 고려할 때 독일의 야심은 몽상에 불과하다는 견해도 있다”고 전했다.

독일 정부는 인텔 외에도 대만 TSMC와 보조금 규모를 놓고 협상 중이다. TSMC는 독일 드레스덴에 100억 유로(약 13조8500억원) 규모의 팹 건설을 추진 중이다. NXP·인피니온·보쉬 등 유럽 기업과 손잡고 합작법인도 설립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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