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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다운 관능 있죠” 엄정화의 예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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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나원정 기자 중앙일보 기자
나원정 문화부 기자

나원정 문화부 기자

엄정화의 기세가 매섭다. 데뷔 30년차 그가 JTBC ‘닥터 차정숙’으로 다시 전성기를 맞았다.

의대 시절 결혼한 후 가족에게 헌신만 하던 차정숙은 20년 경력 단절을 딛고 의사 꿈에 재도전하며 바람난 남편을 혼쭐 내는 ‘사이다’ 캐릭터로 거듭난다. 탄탄한 각본·연출, 출연진의 열연에 더해 엄정화가 쌓아온 독보적 캐릭터가 드라마의 성공에 한몫했다. 손수 꼽은 명대사 “내가 행복해질 길은 스스로 찾아보겠다”가 그 자신의 삶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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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남매 중 둘째로 태어난 그는 6살에 아버지를 여의었다. 어머니의 포장마차를 끌며, 가장 역할을 하느라 대학은 포기했다. MBC 합창단원, 단역 배우로 출발해, 1993년 영화 ‘바람부는 날에는 압구정에 가야 한다’ 주연 겸 주제가 가수로 발탁되며 스타덤에 올랐다. ‘해운대’ 등 숱한 흥행작, 히트곡을 내며 ‘한국의 마돈나’로 불렸다. 여성 댄스가수로서 드물게 50대인 지금도 활동하며 후배들의 롤모델이 됐다. 2010년 갑상선암 수술 후유증으로 성대 신경 일부가 마비돼 슬럼프를 겪었던 게 최근 알려졌다. 죽을 고비가 제2의 인생 계기가 된 차정숙과 실제 삶의 싱크로율이 화제가 됐다.

출연작에서도 그는 독립적인 여성을 도맡아왔다. 출세작 ‘결혼은, 미친짓이다’ 제목처럼 사랑보다 성공을 택했다. 공을 가로채는 호색한 상사들이 꼴보기 싫어 창업에 뛰어들고(영화 ‘싱글즈’), 자신만의 무기를 활용해 정글 같은 세상에서 살아남았다(영화 ‘오로라 공주’ ‘댄싱퀸’).

영화 ‘관능의 법칙’에서 40대의 사랑을 그린 그는 당시 “50대에도 50대다운 관능이 있을 거”라 했다. 희망은 예언이 됐다. 엄정화가 계속 기대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