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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강관 한우물…“우리 배관 없으면 반도체 공장 멈춰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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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일진제강 최병복 PCT사업부장(상무)이 이 회사 생산 제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소부장 경쟁력을 상징하는 생산거점 중 하나다. [사진 일진제강]

일진제강 최병복 PCT사업부장(상무)이 이 회사 생산 제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소부장 경쟁력을 상징하는 생산거점 중 하나다. [사진 일진제강]

지난달 30일 경기도 화성에 있는 일진제강 수원공장. 공장 안으로 들어서자 후끈한 열기가 그대로 전달됐다. 금속류를 다루는 현장다운 느낌이 들었다.

공장 안에선 얇고 긴 은색의 파이프 가공 작업이 한창이었다. 번쩍이는 스테인리스 강관을 길이 4m, 직경 6.35㎜짜리 얇은 관으로 뽑아내는 공정이었다. 직경 19.05㎜짜리 스테인리스 강관을 수차례 가공해서 얇게 만드는 것이다. 작은 흠이나 불순물이 없도록 전해액을 이용해 돌출부와 이물질 등을 녹이는 ‘전해 연마’(electro-polishing) 작업도 이뤄졌다.

이렇게 생산된 스테인리스 강관은 반도체 공장에 배관용으로 공급되거나 자동차부품 등으로 쓰인다. 건설 중장비나 광물 탐사, 공장 자동화 등 다양한 분야에도 활용된다.

이 회사 최병복 PCT사업부장(상무)은 “일찌감치 고청정 스테인리스 강관 개발과 양산에 투자해 반도체 공정가스 라인용 특수배관은 국내 1위”라고 소개했다. 이어 “최근 국가 간 반도체 생산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미국과 유럽 등으로 수출 물량도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진제강은 금속 성형 기술 및 부품 소재 시장에서 세계 1·2위의 기술력을 다투는 업체다. 반도체 공정가스 라인용 특수배관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 공장에서 만드는 특수배관이 없다면 주요 반도체 제조사는 가동이 어려울 정도다.

특히 소재를 잡아당겨 금형을 통과시키는 ‘정밀인발(引拔·drawing)’ 기술은 세계 최고를 자랑한다. 인발은 쉽게 말해 엿가락을 뽑아내는 것처럼, 정해진 굵기의 구멍을 끊임없이 통과시켜 파이프 같은 금속 관(管)이나 선재(線材)를 생산하는 것을 말한다.

최근엔 국책 과제인 전기자동차용 고성능 구동모터의 핵심 소재 개발에 성공했다. 이 회사 윤원석 PCT개발팀장은 “같은 동작을 수십~수백만 번씩 반복해도 변형이 없는 견고함과 정밀함을 갖추는 것이 핵심”이라며 “기계적 강도나 치수 정밀도, 표면 품질을 향상시켜 제품의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사 수원공장에선 한해 7만t의 정밀인발 강관과 이형재(주로 건설용 기계 자동화에 쓰이는 다양한 형태의 구조재) 1만8000t, 스테인리스 강관 2400t가량이 생산된다. 윤원석 팀장은 “이와 별개로 임실공장에서도 한 해 30만t의 강관이 생산된다”고 말했다.

금속 파이프를 생산하는 전형적인 제조 업체지만, 영업이익률을 두 자릿수를 자랑한다.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3869억원, 547억원이었다. 영업이익률이 14.1%에 이른다. 최병복 상무는 “갈수록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면서도 “우리나라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의 경쟁력을 업그레이드한다는 차원에서 연구개발 투자를 늘려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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