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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정 "정유정, 안 잡혔다면 피해자인 양 그 집서 살았을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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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과외 앱으로 만난 20대 여성을 살해한 정유정(23)이 시신을 담을 여행용 가방을 끌며 피해자의 집으로 향하는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이 공개됐다. 사진 KBS 캡처

온라인 과외 앱으로 만난 20대 여성을 살해한 정유정(23)이 시신을 담을 여행용 가방을 끌며 피해자의 집으로 향하는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이 공개됐다. 사진 KBS 캡처

20대 또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정유정(23)에 대해 범죄심리학자인 이수정 경기대 교수는 "검거되지 않았다면 피해자인 양 그 집에서 생활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지난 5일 YTN 라디오 '신율의 뉴스 정면승부'에서 '정유정이 이번 범행으로 잡히지 않았다면 또 다른 살인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느냐'는 진행자 질문에 "그 대목은 굉장히 예측하기 어렵다"면서 이같이 답했다.

이 교수는 "최소한 예측할 수 있는 것은 일단 피해자가 혼자 사는 여자였고, 그 집이 당분간은 빈 상태이고 지금 정유정이 챙긴 것은 피해자의 물건들"이라며 "휴대전화나 주민등록증 같은 피해자의 것을 정유정이 갖고 있었기 때문에 아마도 검거되지 않았으면 그 피해자인 양 일정 부분 그 집에서 생활했을 수는 얼마든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진행자가 '돌아가신 피해자를 가장해서 정유정이 거기 산다는 의미냐'고 묻자 이 교수는 "그랬을 가능성이 굉장히 높아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그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남의 신원으로 사는 것은 누가 생각하기에도 불가능할 것"이라며 "문제는 그와 같은 선택을 하게 된 연유가 무엇이냐를 분석하는 것이 마지막 남은 숙제로 보인다"고 했다.

정유정이 온라인 과외 앱을 통해 피해자를 물색한 것을 두고는 "일반 사이코패스들과는 약간 다른 측면이 있다"며 "본인이 평상시에 동경하던 대상을 굳이 찾은 것은 일반 연쇄 살인범들과는 약간 다른 차원의 욕구를 지닌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이번 사건처럼 자기가 되고 싶었던 사람을 선택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며 "이 사람이 선택한 피해자는 영어 선생님, 그것도 일류대를 나온 영어 선생님이었다. 이것은 어쩌면 자기가 되고 싶었던 모습일 수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동경의 대상을 피해자로 선택했고 그 사람을 마지막까지 기망하기 위해서 고등학교 교복까지 중고로 사입고 갔는데 그런 것들은 사실은 좀 특이하다"고 했다.

이 교수는 "교복이라는 건 혈흔이 쉽게 묻기도 하고 여러 가지로 불편함을 유발하는 의복인데, 어떻게 보면 유용하지 않은 선택을 한 것"이라며 "이런 것들이 지금 이 사람의 욕구와 상당히 밀접하게 연관돼 있을 것으로 보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진행자가 '죽여보고 싶어서 죽였다는 정유정의 주장은 그다지 신빙성이 있는 것은 아니냐'고 질의하자 이 교수는 "장기간 범죄와 연관된 정보에 노출됐다고 알려져 있는데, 그런 끔찍한 영상들을 보면서 끔찍한 상상을 할 수는 있다만 일반인들은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다"고 했다.

이 교수는 "문제는 이 사람은 그대로 행동으로 옮겼고 그러기 위해서 피해자를 물색했는데 평상시에 자기가 가장 열등감이 있었던, 자존감이 결핍되어 있었던 걸 충족시키기 위해서 가장 이상적인 타입을 선택한 것"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그런 다이내믹이 단순한 사이코패스와는 또 다른 어떤 성격적인 문제를 시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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