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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둥이 쫙 찢어버린다"...부천시의회, 성추행 이어 폭언 논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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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전 부천시의회 본회의장에 동료 의원을 성추행한 의혹을 받는 박성호 의원을 규탄하는 내용의 종이가 붙어 있다. 박 의원은 이날 제268회 부천시의회 정례회를 앞두고 사퇴서를 제출했다. 연합뉴스

1일 오전 부천시의회 본회의장에 동료 의원을 성추행한 의혹을 받는 박성호 의원을 규탄하는 내용의 종이가 붙어 있다. 박 의원은 이날 제268회 부천시의회 정례회를 앞두고 사퇴서를 제출했다. 연합뉴스

“해외 연수 기간에 재정문화위원장이 윤리강령을 위반한 사례가 있다.”
지난 1일 제268회 정례회 본회의가 열린 경기도 부천시의회 본회의장. 발언대에 선 박혜숙 국민의힘 시의원이 뜻밖의 폭로로 운을 뗐다. 폭로 대상은 임은분 더불어민주당 시의원(부천시의회 재정문화위원회 위원장). 지난 4월 5~11일 부천시의회 재정문화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 7명이 참석한 유럽 해외연수에서 임 위원장이 공무원을 상대로 ‘갑질’을 했다는 주장이었다.

박 시의원은 “임 위원장이 (해외) 연수 기간 내내 여행사와의 불평불만으로 일행들을 계속 불편하게 했다. 함께 간 공무원이 식사 중인데 불러 의전 문제로 혼을 냈다”며 “이동할 때도 ‘여행 가방을 왜 의원들이 들어야 하느냐’며 위원장과 민주당 의원들의 가방을 공무원들에게 들도록 하는 등 갑질로 여겨질 행동을 했다”고 주장했다. 박 시의원은 “(임 위원장이) ‘연수 중에 있었던 일을 발설하기만 하면 주둥이를 쫙 찢어버리겠다’고 했다”며 “(임 위원장은) 공개적으로 진정한 사과를 하고 위원장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발언대에 선 임은분 위원장은 의혹을 부인했다. 그는 “공무원에게 여행 가방을 들라고 하지 않았고 의전 문제로 갑질하지 않았다”며 “국민의힘 한 시의원이 말씀해 제가 ‘사과할 용의가 있다’고 했고 의회에 직접 찾아가기도 했었다”고 반박했다. 발언 말미엔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1일 부천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268회 정례회 제 1차 본회의에서 박성호 시의원 사직에 대한 무기명 투표가 진행되고 있다. 뉴스1

1일 부천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268회 정례회 제 1차 본회의에서 박성호 시의원 사직에 대한 무기명 투표가 진행되고 있다. 뉴스1

이날 정례회에선 지난달 합동 연수 기간 동료 시의원을 성추행한 의혹 등을 받는 박성호 민주당 시의원의 사직 안건에 대한 무기명 투표도 이뤄졌다. 박 시의원은 지난달 9∼10일 합동 연수 중 식당에서 A 시의원을 강제추행을 한 혐의 등으로 수사를 받고 있다. 지난달 30일 공무원노조 경기본부 부천지부의 고발 등 논란이 이어지자 박 시의원은 결국 1일 의원직 사직서를 제출했다. 사직안은 찬성 24표, 무효 2표로 통과됐다.

지난달 27일엔 수행 운전기사에게 갑질을 한 의혹을 받는 한승일 인천 서구의회 의장이 의장직을 사퇴하는 일도 있었다. 이 운전기사는 의장의 개인 술자리 때문에 새벽까지 대기했고, 23일이나 초과·휴일 근무를 했다고 주장했다.

의혹이 잇따라 터지면서 부천시의회 내부에선 자조 섞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부천시의 한 시의원은 “성추행, 갑질 의혹 때문에 시의원뿐만 아니라 사무처 직원들도 부끄러워하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앞서 부천시 공무원 익명 게시판엔 ‘성폭력, 갑질, 폭언, 폭행 등 공무원 노동자를 위협하는 행동엔 노조가 나서야 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한 초선 시의원은 “시의회에 대한 신뢰를 악화하는 일이 잇따른 것에 대해 모두가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선출직 시·구의원의 일탈에 경각심을 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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