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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 5개월 앞두고…허문영 집행위원장 돌연 사의

중앙일보

입력

허문영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이 지난해 10월 5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중극장에서 열린 개막작 '바람의 향기' 기자회견에 참석한 모습. 뉴시스

허문영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이 지난해 10월 5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중극장에서 열린 개막작 '바람의 향기' 기자회견에 참석한 모습. 뉴시스

허문영(61) 부산국제영화제(BIFF) 집행위원장이 돌연 사의를 표명하면서 개막을 5개월여 앞둔 영화제 개최에 빨간불이 켜졌다.

12일 BIFF 측에 따르면 허 집행위원장은 전날 ‘이달 말까지만 근무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BIFF 관계자는 “허 위원장이 어제 사의를 표명한 게 맞다”며 “다만 본인이 직접 이유를 밝히지 않아 구체적인 사유는 알지 못하며, 아직 사표가 공식 수리된 상태도 아니다. 이용관 이사장 등과 직접 이야기를 나눈 상황도 아니기에 향후 체제를 예상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허 집행위원장은 대내외에 말을 아끼고 있지만, 사의 표명 시점이 BIFF가 운영위원장을 새로 선임한 지 이틀 만이었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반발로 해석하는 시각이 무성하다. 지난 9일 BIFF는 이사회 및 임시총회를 열고 조종국(59) 전 영화진흥위원회 사무국장을 운영위원장으로 위촉했다.

BIFF 측은 조 운영위원장 위촉을 알리는 보도자료에서 “허 집행위원장은 초청작 선정과 영화제 행사 기획을 총괄하여 한국과 아시아의 유망한 감독과 작품을 발굴해 내고 전 세계 영화의 큰 흐름을 조망하는 데 집중해 나갈 것이며, 조 운영위원장은 법인 운영 및 일반 사무, 행정, 예산을 총괄하며 조직 운영에 내실을 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BIFF는 이사장 아래 집행위원장이 영화제 기획과 행정 업무를 총괄해왔는데, 이날 운영위원장 직제를 신설하면서 사실상 집행위원장·운영위원장 2인 ‘공동 운영’ 체제가 된 것이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아시아에서 가장 큰 영화제인 BIFF를 집행위원장 한 사람이 이끌기에는 역부족이니 역할을 분담하자는 식의 지적은 꾸준히 있어왔다”며 “다만 이를 공동위원장 체제로 해결할 것인지 등 구조적 방법에 대해서는 내부 이견이 있었는데, 허 위원장의 뜻이 반영되지 않자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유를 불문하고, 올해 10월 4~13일로 예정된 제28회 BIFF를 앞두고 집행위원장이 사의를 표하면서 영화제 준비 업무는 혼선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다만 아직 사임 절차가 시작된 게 아니기 때문에 설득 과정 등을 거쳐 허 집행위원장이 BIFF에 남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영화계 관계자는 “BIFF 측이 여러 수습 방안을 마련하겠지만, 집행위원장이 한 차례 사의를 표명한 상황에서 영화제가 과연 정상적으로 치러질 수 있을지는 불안감이 남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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