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문영(61) 부산국제영화제(BIFF) 집행위원장이 돌연 사의를 표명하면서 개막을 5개월여 앞둔 영화제 개최에 빨간불이 켜졌다.
12일 BIFF 측에 따르면 허 집행위원장은 전날 ‘이달 말까지만 근무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BIFF 관계자는 “허 위원장이 어제 사의를 표명한 게 맞다”며 “다만 본인이 직접 이유를 밝히지 않아 구체적인 사유는 알지 못하며, 아직 사표가 공식 수리된 상태도 아니다. 이용관 이사장 등과 직접 이야기를 나눈 상황도 아니기에 향후 체제를 예상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허 집행위원장은 대내외에 말을 아끼고 있지만, 사의 표명 시점이 BIFF가 운영위원장을 새로 선임한 지 이틀 만이었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반발로 해석하는 시각이 무성하다. 지난 9일 BIFF는 이사회 및 임시총회를 열고 조종국(59) 전 영화진흥위원회 사무국장을 운영위원장으로 위촉했다.
BIFF 측은 조 운영위원장 위촉을 알리는 보도자료에서 “허 집행위원장은 초청작 선정과 영화제 행사 기획을 총괄하여 한국과 아시아의 유망한 감독과 작품을 발굴해 내고 전 세계 영화의 큰 흐름을 조망하는 데 집중해 나갈 것이며, 조 운영위원장은 법인 운영 및 일반 사무, 행정, 예산을 총괄하며 조직 운영에 내실을 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BIFF는 이사장 아래 집행위원장이 영화제 기획과 행정 업무를 총괄해왔는데, 이날 운영위원장 직제를 신설하면서 사실상 집행위원장·운영위원장 2인 ‘공동 운영’ 체제가 된 것이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아시아에서 가장 큰 영화제인 BIFF를 집행위원장 한 사람이 이끌기에는 역부족이니 역할을 분담하자는 식의 지적은 꾸준히 있어왔다”며 “다만 이를 공동위원장 체제로 해결할 것인지 등 구조적 방법에 대해서는 내부 이견이 있었는데, 허 위원장의 뜻이 반영되지 않자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유를 불문하고, 올해 10월 4~13일로 예정된 제28회 BIFF를 앞두고 집행위원장이 사의를 표하면서 영화제 준비 업무는 혼선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다만 아직 사임 절차가 시작된 게 아니기 때문에 설득 과정 등을 거쳐 허 집행위원장이 BIFF에 남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영화계 관계자는 “BIFF 측이 여러 수습 방안을 마련하겠지만, 집행위원장이 한 차례 사의를 표명한 상황에서 영화제가 과연 정상적으로 치러질 수 있을지는 불안감이 남을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