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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만 피하자?…'돈 전달 관여' 시인한 강래구 확 바뀐 태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이 지난달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이 지난달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5일 법조계에 따르면 강 전 위원은 지난달 21일 열린 영장실질 심사에서 검찰이 제기한 정당법 위반 혐의 등에 대해 일부 시인했다고 한다. 검찰 단계에서 자금 조달과 돈봉투 전달 혐의 전부를 부인했지만 구속 기로에서 태도를 바꾼 것이다. 강 전 위원은 돈봉투 전달 방법과 대상을 논의하는 과정에 참여한 사실을 시인했다고 한다. 이에 법원은 “현 단계에서 피의자를 구속하는 것은 방어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측면도 있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강 전 위원은 2021년 3~5월 민주당 전당대회 때 송영길 전 대표 당선을 목적으로 윤관석·이성만 의원,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 등과 공모해 9400만원을 살포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강 전 위원이 9400만원 중 8000만원을 조달한 장본인이라고 보고 있다. 민주당 원외지역위원장 협의회장 출신인 강 전 위원은 이 사건 다른 피의자들과 두루 친분이 있다.

 구속을 피한 강 전 위원은 돈봉투 의혹에 관여한 적이 전혀 없다는 전면 부인 입장을 다시 고수하고 있다. 강 전 위원은 이 전 부총장이 윤관석 의원을 만난 뒤 ‘윤. (돈) 전달했음’이라는 메시지를 보낸 대상이 자신이 아닌 송 전 대표 보좌관 박모씨였다는 점을 강조하며 자신은 관여한 바가 없다는 취지로 검찰에 진술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강 전 위원의 검찰 조사 진술과 영장실질심사 진술 태도가 다르다. 영장심사 때 발언은 공판에서 활용될 수 없고 위증으로 이어질 수도 없다는 점을 노린 것 같다”고 말했다.

강 전 위원이 돈봉투 살포 책임을 이 전 부총장과 박씨에게 떠넘기면서 법정에서도 피의자들 사이에 진실게임 양상이 전개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송 전 대표의 측근인 박씨는 전당대회에서 송영길캠프 정무 담당으로 선거를 지휘했고, 강 전 위원은 수자원공사 소속으로 공식 직함을 갖지는 않았다. 다만 강 전 위원은 2018년 전당대회에서 송 전 대표를 도운 적이 있고, 2021년에도 캠프 외곽에서 조직을 맡아 활발히 활동했다고 한다. 한 민주당 인사는 “당시 지근 거리 참모였던 박씨와 외곽의 측근이던 강 전 위원의 관계가 부드럽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과 관련해 금품 살포의 최종 수혜자로 지목된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일 오전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과 관련해 금품 살포의 최종 수혜자로 지목된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일 오전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현행 정당법상 매표 행위를 지시하고 권유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단순 수수의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600만원 이하로 형량이 낮게 적용되며, 만약 자금 조달 혐의가 인정되면 불법 정치자금을 기부했다는 정치자금법 위반까지 문제가 될 수 있다. 강 전 위원이 영장심사 과정에서 자금 조달 혐의는 부인하면서도 전달 논의에 참여한 사실 일부를 시인한 것도 혐의의 경중에 대한 차이를 고려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검찰은 지난 4일 강 전 위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면서 이같은 오락가락 진술도 구속 필요성의 하나로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8일 열리는 두번째 영장실질심사에서 송 전 대표가 휴대전화를 초기화해서 제출하고, 피의자들 간 연락이 이뤄진 점 등을 미루어 볼 때 증거인멸 가능성 크다는 점을 강조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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