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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색해서" 어린이들 그냥 참았다…마스크 못 벗자 벌어진 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실내마스크 착용 의무가 풀린 지난 1월 30일 서울 광진구 광장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마스크를 벗고 수업받고 있다. 공동취재

실내마스크 착용 의무가 풀린 지난 1월 30일 서울 광진구 광장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마스크를 벗고 수업받고 있다. 공동취재

학교에서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완화됐지만 초등학교 고학년(4~6학년) 10명 중 7명은 여전히 마스크를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초등교육과정연구모임과 서울지부 초등위원회는 지난달 15∼29일 온라인에서 전국 초등학생 4∼6학년 171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70.2%가 학교에서 주로 마스크를 쓰고 있다고 답했다.

어린이의 절반 이상(53.0%)은 마스크를 쓰는 가장 큰 이유로 ‘마스크를 벗는 게 어색해서’를 꼽았다.

‘마스크를 쓰는 것이 마음이 편해서’(19.5%)라거나 ‘내 얼굴을 친구들이 보는 게 불편해서’(10.9%)라고 답한 어린이도 많았다.

전교조는 어린이들이 원격 수업 장기화로 온라인 소통에 익숙해지면서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드러내기를 어려워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특히 코로나19 시기 유아기를 보낸 1∼2학년의 경우 서로의 표정 등 비언어적 표현을 읽지 못하는 어린이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어린이들은 친구와 갈등이 생겼을 때도 회피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장기간의 마스크 착용 경험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갈등 상황에서 ‘그냥 참는다’(24.4%), ‘말하지 않는다’(10.5%) 등 회피형 행동을 한 경우는 34.9%로, ‘대화를 시도한다’(29.5%)는 대답보다 많았다.

어린이들이 편하게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은 보호자(53.5%)였다. 친구는 31.5%였으며 누구에게도 속마음을 털어놓지 못하는 경우도 12.4%에 달했다.

교사를 택한 어린이는 2.2%에 불과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수업이 장기화되면서 교사와 관계 맺기가 어려웠던 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응답한 어린이의 절반 이상(51.3%)은 학교에서 가장 고민되는 것으로 ‘공부’를 꼽았다. 친구와의 관계는 21.4%였다.

코로나19 시기 대면접촉이 줄어들면서 친구들과 직접 만나 노는 시간이 줄어들고 온라인으로 유튜브를 보거나 게임에 몰두하는 시간은 늘어났다.

어린이들은 코로나19 기간 ‘게임 하는 시간’(38.1%), ‘유튜브 등 영상 보는 시간’(34.8%), ‘학원 가는 시간’(24.3%)이 늘었다고 답했다.

반면 ‘친구들과 노는 시간’(50.8%), ‘책 읽는 시간’(33.2%), ‘음악·미술·운동하는 시간’(26.7%) 등이 줄었다고 했다.

전교조는 “코로나19 장기화로 학교가 문을 닫으면서 학생들은 관계 맺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교육 회복을 위해서는 학급당 학생 수 20명 상한제와 업무 정상화를 통한 학생 맞춤형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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