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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투자수익금 절반 챙긴 라덕연, 골프장·갤러리서 돈세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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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라덕연 H투자자문사 전 대표가 본인이 지분을 투자한 S골프연습장은 물론 갤러리·방송제작사까지 자금 세탁 창구로 이용한 정황이 드러났다. 이번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해 사정을 잘 아는 복수의 내부 관계자는 1일 중앙일보와 만나 라 전 대표가 해당 회사를 사실상 ‘자금 저수지’처럼 썼다고 주장했다.

억대 수익금, 가짜 회원권·그림 대금으로 받아

 'SG 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 투자자 모집과 수수료 편취 수단으로 활용됐다는 의혹을 받는 서울 강남의 한 실내골프연습장의 모습. 뉴스1

'SG 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 투자자 모집과 수수료 편취 수단으로 활용됐다는 의혹을 받는 서울 강남의 한 실내골프연습장의 모습. 뉴스1

1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라 전 대표에게 투자를 맡긴 사람들은 수익이 나면, 일종의 중간 브로커에게 수익금의 절반을 수수료로 내라는 텔레그램 메시지를 받는다. 이때 수익금을 송금하는 계좌는 라 전 대표가 지분을 투자하거나, 관련이 있는 N갤러리·S골프연습장·R방송제작사로 안내됐다.

실제 중앙일보가 단독으로 입수한 투자자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면, 1억8000만원의 투자 수수료를 S골프연습장의 골프회원권 1억5000만원, 갤러리 그림 구매비 3000만원으로 입금하라고 구체적으로 안내돼 있다. “해당 돈은 회원권 구매나 그림 구매비 명목으로 보내지지만, 실제로는 회원권이나 그림을 사지 않고 돈만 부치는 것”이라는 게 내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렇게 입금된 돈은 라 전 대표 측이 법인계좌 등을 활용해 따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내부 관계자 A씨에 따르면 S골프연습장으로 입금된 돈은 라 전 대표의 측근인 프로골퍼 안모(33)씨가 비밀스럽게 관리했다. 안씨는 S골프연습장은 물론 가수 임창정씨의 소속사와 R방송제작사에 모두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린 인물이다. A씨는 “골프연습장 가짜 회원들의 돈은 안씨가 직원들에게 알려주지 않고 따로 관리한 것으로 안다”면서 “그걸로 법인카드 쓰고 쇼핑하고, 법인 명의로 고급 차도 많이 뽑았다”고 했다.

브로커가 투자자 유치…점조직처럼 관리

투자자 수익금 정산 메시지. 김남준 기자

투자자 수익금 정산 메시지. 김남준 기자

투자자 유치와 관리는 중간 브로커가 도맡아 했다. 또 다른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라 전 대표가 이들이 서로 소통하지 못하게 점조직처럼 관리했다고 한다. 내부 관계자 B씨는 “브로커가 투자자를 유치해 그 투자금으로 수익을 내면 수익금의 일부를 떼주는 식으로 정산했다”면서 “다만 브로커 끼리 서로 얼마 버는지는 모르게 따로 관리했다”고 했다.

프로골퍼 안씨가 회원비 명목 등으로 골프연습장으로 입금된 수익금 관리는 물론 투자자를 유치하는 일종의 모집책 역할도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연예인·부유층과 교류가 많은 안씨가 돈 많은 지인에게 자신의 수익률을 인증하며 투자를 권유했다는 것이다. A씨는 “안씨가 자기 휴대전화를 보여주며, 나 얼마 번다. 너도 투자해라 큰 손(라 전 대표)이 있다. 이런 식으로 투자자를 모았다”면서 “주변 사람들이 다 안씨한테 당해서 힘들어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다단계 방식 투자…“사기죄 적용 가능성”

주식 투자의 방식은 일종의 다단계 형식으로 이뤄졌다는 게 내부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처음에는 유통 주식 수가 많지 않아 조금만 주식을 사도 가격이 오르는 종목을 골라 자금을 집중적으로 투입하는 방식으로 주가를 띄웠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추가 투자금을 모아 기존 투자자들의 주식을 비싸게 사는 이른바 ‘통정거래’를 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후속 투자자가 돈을 넣지 않으면, 기존 투자자가 수익을 낼 수 없는 일종의 다단계 구조를 띄었다는 게 내부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A씨는 “처음에 고객 돈으로 계속 주가 올리다가 중간에 빠지려고 했을 것”이라며 “이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기 직전인 최근까지도 여기저기 투자해달라고 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민형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는 “현재까지 드러난 것만 보자면 투자가 다단계 판매와 비슷한 구조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면서 “후순위로 들어온 투자자일수록 피해를 크게 볼 수밖에 없는데, 이를 숨기고 정상적인 투자인 것처럼 홍보했다면 사기죄 적용도 검토해볼 수 있다”고 했다. 다만 라 전 대표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일임 투자 등을 한 것은 잘못이지만, 주가 폭락 사태에 책임이 없다”고 해명하고 있다. 중앙일보는 라 전 대표의 해명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전화통화를 시도하고 문자 메시지를 남겼지만 답변은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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