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향한 “세대교체” 선택/메이저 선출 배경과 영국 앞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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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젊은 패기”… 92년 총선서 승리예상/대처리즘 「뼈대」유지하면서 개혁추진/인플레·실업 등 경제난 극복 큰 짐
메이저시대의 개막은 90년대에 걸맞는 새로운 지도자의 등장을 바라는 영국 국민들의 기대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되고 있다.
47세라는 젊은 지도자의 등장으로 영국 정계는 본격적인 세대교체에 들어섰으며 지난 11년반 동안 영국을 지배해온 대처리즘의 향방에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메이저의 출현은 집권당의 당수경선이라는 형식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전체 영국 국민의 의사가 충실히 반영된 결과로 지적되고 있다. 투표에 참가한 보수당 의원들이 가장 관심을 쏟은 것은 메이저와 헤슬타인,허드 3인의 후보중 누가 차기총선 승리를 위해 가장 바람직한 선택이냐는 것이었겠지만 그 판단의 기준이 된 것은 전체국민의 여론이었기 때문이다.
투표를 앞두고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 결과는 대체로 메이저와 헤슬타인의 우세를 알려주는 것이었고 2차투표일이 가까워지면서 점차 메이저쪽으로 여론이 기우는 경향을 보였다. 투표 전날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는 가장 바람직한 차기총리로 ▲메이저(57%) ▲헤슬타인(38%) ▲허드(5%)의 순으로 나타나 국민적 여론이 메이저쪽으로 이미 확실히 기울었음을 드러냈다.
16세에 학업을 중단해야만 했을 정도로 빈한한 집안출신이면서도 혼자 노력으로 젊은나이에 외무장관을 거쳐 재무장관에 오른 자수성가형,보수우익을 자처하면서도 「계급없는 사회」를 꿈꾸는 젊은 패기,부드러우면서도 지적인 풍모,이런 것들이 어우러져 90년대의 지도자로 그의 국민적 이미지를 급부상시킨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1차투표에서 당수당선에 실패,총리직에서 물러난 대처의 적극적인 후원도 메이저시대의 출범에 기여했다. 2차투표를 앞두고 메이저에게 출마를 권유한 장본인이 대처라는 소문이 있을 정도로 그는 대처의 절대적인 신임을 받아왔다. 메이저는 후보 3인중 대처리즘의 가장 충실한 지지자. 대처는 대처리즘의 온존을 위해 메이저 지지를 명백히 했다.
그녀는 2차투표를 앞두고 10여명의 보수당 의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아직도 나를 지지한다면 메이저에게 표를 주라』면서 헤슬타인이 당선되면 그녀의 하원직도 버리겠다고 공언했다.
대처의 후광하에 있다는 정치적 부담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대처리즘과의 관계를 분명히 하는 일인걸로 지적되고 있다.
그는 자유시장경제를 바탕으로 하는 대처리즘의 기본원칙에는 찬성하지만 대처가 계획하던대로 공공의료기관이나 교육기관을 사유화하는 등의 지나친 개혁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는 영국 언론들과의 회견에서 『더이상의 급진적인 개혁에는 별 관심이 없다』면서 『앞으로 공공분야에 대해서는 실용적인 접근자세를 취할 생각』이라고 밝혀 대처리즘의 변화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
대처리즘의 기본골격은 유지하면서도 실제적인 운용은 90년대의 달라진 여건에 맞게 신축적으로 하는 이른바 「대처리즘의 발전적 계승」이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것이 그를 지지하는 당내 인사들의 바람이다.
이와 함께 그는 이번 선거의 후유증을 최단시일내에 극복,당의 결속을 다지는 한편 어려운 경제상황을 타개,4기연속 집권을 이룩해야 한다는 큰 부담을 안게됐다.
대처의 퇴진과 메이저의 등장으로 일단 보수당의 92년 총선승리 가능성은 크게 높아진 것으로 평가되고 있지만 앞으로 당이 분열상을 보이거나 경제적 위기가 계속될 경우 여론의 향방은 다시 노동당쪽으로 옮겨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10%가 넘는 인플레와 1백70만명에 달하는 실업자문제를 과연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가장 힘든 과제가 될 전망이다. 경제분야에서 오랜 경험을 가진 그가 총리가 된 것이 이런 점에서 보수당으로서는 다행이라면 큰 다행인 셈이다.<파리=배명복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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