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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1학년부터 전과 허용한다…비인기학과 학생 이탈 우려

중앙일보

입력

대부분 대학교가 개강을 마친 지난달 3일 서울 연세대학교 교문 주변이 등교한 학생들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대부분 대학교가 개강을 마친 지난달 3일 서울 연세대학교 교문 주변이 등교한 학생들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앞으로 대학교 1학년부터 전공을 바꿀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현재는 법령에 따라 2학년부터 전과를 할 수 있다. 규제를 완화해 대학의 자율성과 학생의 선택권을 강화한다는 취지이지만, 비인기 학과 위주로 학생 이탈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학년부터 가능하던 대학 전과, 1학년도 허용

지난2 21일 오전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2023학년도 동국대학교 신입생 입학식에서 신입생 대표들이 선서하고 있다. 뉴스1

지난2 21일 오전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2023학년도 동국대학교 신입생 입학식에서 신입생 대표들이 선서하고 있다. 뉴스1

26일 교육부는 ‘제5차 대학 규제개혁 협의회’(협의회)를 열어 대학생의 전과 가능 시기에 관한 규제를 논의했다. 대학생이 전공을 바꾸기 위해 같은 대학 내의 다른 학과로 소속을 옮기는 전과는 현재 2학년 이상에게만 허용됐다. 고등교육법 시행령 제29조에 “대학의 장은 학칙이 정하는 바에 따라 2학년 이상인 학생이 같은 학년의 다른 모집단위로 옮기는 것을 허가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시행령을 개정해 앞으로 전과가 가능한 시기를 대학 자율에 맡기기로 했다. 이날 협의회에 참석한 교육부 관계자는 “학사는 학칙에 따라 자율적으로 설계하고 운영한다는 원칙을 향후 고등교육법에 명시하기로 했다”며 “이르면 올해 연말까지 시행령 개정을 완료해 전과 시기도 대학이 학칙에 따라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학생 선택권 높아진다 vs 비인기학과 이탈 늘어난다

지난 2월 22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안암캠퍼스에서 열린 '2023 새내기 미리배움터' 행사에서 신입생들이 캠퍼스 투어를 위해 단과대별로 모여 있다. 연합뉴스

지난 2월 22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안암캠퍼스에서 열린 '2023 새내기 미리배움터' 행사에서 신입생들이 캠퍼스 투어를 위해 단과대별로 모여 있다. 연합뉴스

시행령이 개정되면 대학에 따라 신입생이 한 학기만 수업을 듣고도 1학년 2학기부터 전공을 바꿀 수 있다. 박준성 교육부 대학규제혁신총괄과장은 “그동안 전공이 적성과 맞지 않아도 전과가 불가능해 1년 동안 학교에 다니거나 관두고 재수를 하는 불합리함이 있었다”며 “학생 스스로 진로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시기에 언제든 전공을 변경해 새로운 진로를 모색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학가에선 비인기 학과의 신입생 이탈이 늘어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지방의 한 국립대 철학과 교수는 “학과에서도 학생들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애를 많이 쓰고 있는데 전과 신청을 하는 학생들을 볼 때마다 섭섭한 마음이 든다”며 “학과 구조조정으로 30여명이던 정원을 22명까지 줄였는데, 신입생 전과마저 허용되면 학과 공동체 자체가 유지되기 힘든 상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의 한 4년제 사립대의 2020년~2022년 학생 전과 기록을 보면, 8개 단과대 중 인문대 소속 학생의 전과 비율이 15.3%로 가장 높았고 경영대(0.7%)가 가장 낮았다. 학과 순으로는 불어불문학과(30%), 중어중문학과(28.7%), 물리학과(25.7%) 순이었다. 해당 대학의 교무처 관계자는 “취업에 유리한 공대나 경영대는 전과 인원이 거의 없다”면서 “학생 충원율은 학과의 존폐와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교수나 재학생 모두 전과로 인한 이탈자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교육부 “우려 사항 대학이 자율적으로 해결해야”

문이과 통합수능 이후 이과생이 인문계열 학과에 진학하는 이른바 ‘문과 침공’ 현상이 늘어난 가운데, 이들이 다시 이공계 학과로 전과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수도 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전과가 더 원활해진다면 학생 입장에선 반길 만한 일이지만 이과 쏠림 현상이 크게 벌어지는 상황에서 대학의 고민도 더 커질 것이다”며 “규제를 풀어도 대다수 대학이 전과 허용 시기를 현행 그대로 유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실제 전과 규모는 각 대학이 방식을 어떻게 정하는 지에 달렸다고 보고 있다. 김홍순 교육부 대학운영지원과장은 “우려되는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대학들이 전과 시기와 규모를 자율적으로 학칙에 정하면 된다”며 “전과 인원은 대학별 총 정원 내에서 움직이기 때문에 전과 시기를 앞당긴다고 해도 대규모 이탈이나 특정 학과로의 쏠림 현상이 일어나긴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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