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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난아기 때부터 돌봄 차별? 안된다" 보육진흥원의 밑그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나성웅 한국보육진흥원장

나성웅 한국보육진흥원장

“인생 출발선에 선 영유아 시기부터 교육ㆍ돌봄 격차가 발생해선 안됩니다. 모든 아이들이 질 높은 교육ㆍ돌봄을 받을 권리를 차별 없이 보장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나성웅 한국보육진흥원장은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유보통합(유치원ㆍ어린이 통합 정책)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보육진흥원은 정부가 유보통합 정책 밑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나성웅 한국보육진흥원장 인터뷰

현재 0~2세는 주로 가정에서 돌보거나 어린이집에 다니고, 3~5세는 어린이집ㆍ유치원 둘 중 한 곳에 다닌다.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가, 유치원은 교육부가 관리하다보니 교육ㆍ보육 시간, 프로그램 등이 상이하다. 수요자인 학부모 입장에선 어느 쪽을 고르더라도 교육ㆍ돌봄 측면에서 아쉬움을 느끼게 된다.

나 원장은 유보통합의 효과에 대해 “영유아는 모든 기관에서 동등한 교육ㆍ돌봄을 받을 수 있게 되고, 학부모는 한 곳에서 아이를 맡길 기관에 대한 정보를 보고, 기관 신청, 비용 지원을 할 수 있게 돼 선택의 편의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교사는 전문성이 향상되고 근무여건이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출생아 수 감소로 어린이집이 줄줄이 문을 닫고, 지역별 어린이집 공급 불균형 현상이 나타나는 것도 보육진흥원의 최근 고민거리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35만7771명이었던 출생아는 2021년 26만562명으로, 5년새 약 27.2%가 줄었다. 같은 기간 4만238개(2017년)였던 전국 어린이집은 3만 3246개(2021년)로 급감했다. 농촌 지역에선 아이가 없어 어린이집이 줄폐원하고, 신도시 지역에선 아이가 몰려 어린이집 대기가 길어지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어린이집 뿐 아니라 유치원도 마찬가지 상황에 몰려있다.

나 원장은 “출생아 수가 급감하며 어린이집 대부분이 운영위기를 맞고 있고, 특히 영아 중심으로 운영되는 가정 어린이집, 소규모 민간어린이집이 가장 어려움을 겪는다”라고 말했다. 나 원장은 “어린이집 수급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영유아 인구 추이 등 어린이집 수급 불안 요인을 분석해서 적정 공급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지만 여전히 지역별 어린이집 이용 수요에 대한 예측과 대비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보육진흥원이 보건복지부와 지자체의 정기적인 보육수요 파악, 공급계획 수립을 위한 조사ㆍ분석을 적극 지원하겠다”라고 밝혔다.

보육진흥원은 지난해 6월 중앙육아종합지원센터와 통합한 이후 가정 양육 지원 사업을 확대해왔다. 가정에서 돌보는 6~36개월 미만 영아를 부모가 필요한 때 필요한 시간 만큼 맡길 수 있도록 하는 ‘시간제 보육’이 대표적인 가정 양육 지원 제도다. 나 원장은 “부모가 가정양육을 하더라도 급한 볼 일이 생길 수 있다. 이런 경우에 지정된 어린이집이나 육아종합지원센터에서 필요한 시간만큼 아이를 돌봐주는 유연한 돌봄 지원제도”라고 설명했다. 시간제보육은 2013년 당시 약 20여개반 운영을 시작으로 현재 약 950여개반(22년 12월 기준)까지 확대됐다. 올해 하반기에는 기존 어린이집 정규보육반의 정원이 다 차지 않은 경우 시간제보육반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통합형 시범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나성웅 한국보육진흥원 원장이 지난해 12월12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아이 키움,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다' 컨퍼런스에서 개회선언을 하고 있다.뉴스1

나성웅 한국보육진흥원 원장이 지난해 12월12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아이 키움,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다' 컨퍼런스에서 개회선언을 하고 있다.뉴스1

나 원장은 어린이집 평가제도 개편에도 공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학부모가 어린이집을 선택할 때 보육진흥원의 어린이집 평가 결과를 찾아보지만 등급제이다 보니 변별력이 없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시됐다. 그러다보니 학부모들은 맘 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평판을 찾곤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나 원장은 “평가제 덕분에 보편적으로 보육의 질이 개선됐지만, 이제는 학부모에게 좀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우세하다”라며 “개별 어린이집에 대한 특장점과 보완점을 포함한 구체적인 서술형 결과를 부모에게 제공해서 부모의 선택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개편하려 한다”라고 말했다.

나 원장은 “정부가 육아지원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위해 부모급여 등 양육지원을 확대해나가고 있는 만큼, 앞으로 보육진흥원은 정부 정책 지원을 위한 역할을 적극적으로 하겠다”라고 밝혔다. 그는 “부모가 되기 위한 준비를 돕고, 부모가 된 이후 아이 키우는 것을 즐겁고 행복한 과정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풍부한 양육 인프라 구축을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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