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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교복업체 161억원 입찰담합…1인당 6만원 더 비싸게 샀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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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면

조직적인 ‘입찰 담합’을 통해 학생들의 교복 구매 부담을 가중시켜온 광주지역 교복업체들이 무더기로 기소됐다.

광주지검 반부패·강력수사부(부장 최순호)는 24일 “교복 구매 입찰 과정에서 수년간 담합행위를 해온 45개 광주 중·고교 교복업체 운영자 31명을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입찰방해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1년부터 올해까지 광주지역 147개 중·고등학교에서 발주한 161억원 규모의 교복구매 최저가 경쟁입찰 387차례 중 289차례 담합행위를 해 32억원의 부당이익을 챙긴 혐의다.

검찰 조사 결과 교복업체들은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미리 ‘낙찰 예정자’와 ‘들러리 업체’를 지정하고 낙찰받을 학교를 배분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학교의 입찰 공고가 나면 들러리 업체는 공유 받은 가격으로 써내고, 낙찰 예정자는 이들보다 낮은 금액을 써내 낙찰을 받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광주의 중·고등학생들은 매년 1인당 6만원가량 더 비싸게 교복을 구매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정상적인 입찰시 평균 23만7500원이 소요됐던 교복 구매비용이 입찰 담합 후에는 29만6500원으로 뛰어서다.

업체들의 담합 행위는 검찰 조사 과정에서도 뚜렷이 드러났다. 검찰이 지난 3월 초 교복 업체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한 결과 90%대였던 입찰률이 60~80%대로 낮아졌다. 교복 입찰 가격도 20만원대 초반에서 10만원대까지 떨어졌다.

검찰은 이들 업체가 2014년 ‘교복 학교주관 구매제도’가 도입된 후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담합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최저가를 써내는 업체가 낙찰을 받는 이른바 ‘출혈 경쟁’을 피하기 위해 담합을 통해 미리 낙찰 업체를 정한 뒤 들러리 업체를 세워 교복값을 부풀렸다. 광주 5개 자치구는 중·고교 입학생들에게 입학지원비나 교복 1벌 구매비를 지원하고 있어 이들의 담합 때문에 국민 혈세가 낭비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 관계자는 “교복 업체의 경쟁을 유도해 좋은 품질의 교복을 저렴하게 공급하기 위한 제도가 악용된 사례”라며 “급식 부문처럼 낙찰 하한률 등을 도입함으로써 담합 요인을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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