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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8억 빼돌린 수원 임대왕…法 "이혼 분할 재산도 돌려놔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법원이 범죄수익을 빼돌리기 위해 시도한 이혼을 빙자한 재산분할을 취소하라는 판결을 내놨다. 수원 영통구 일대에서 오피스텔 778채로 임대사업을 하다 보증금 248억원을 빼돌린 사기 등 혐의로 중형을 선고받은 ‘수원 오피스텔 임대왕’ 변모(63)씨 부부의 이혼 및 재산분할에 대한 판결이었다.

수원지법 민사17부(부장 맹준영)는 지난 19일 변씨의 전 부인 명의로 된 아파트 감정가액 11억5000만원에서 근저당권이 설정된 채권 약 3억4000만원을 뺀 8억여원을 원고 86명에게 400만~3300만원씩 나눠 지급하고 증여받은 토지는 변씨 명의로 되돌려 놓으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증여는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을 빙자해 아파트와 토지 등 재산을 처분한 행위에 불과하며, 변씨의 배우자였던 피고의 사해행위에 대한 악의가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수원지법. 연합뉴스

수원지법. 연합뉴스

 변씨는 지난 2018년 10월 영통구 망포동 아파트를 아내 A씨에게 증여하고, 이듬해 4월 영통구 신동의 토지 지분을 넘겼다. 이후 변씨는 2019년 7월 A씨와 협의 이혼을 했다.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다며 임차인들이 집단행동을 시작한 즈음이었다.

수원남부경찰서에서 집단 고소 사건을 송치받은 수원지검은 2020년 1월 변씨를 임차인 406명에게서 보증금 248억여원을 편취한 사기 등 혐의로 구속기소 했고, 수원지법은 공소가 제기된 지 34개월 만인 지난해 10월 변씨에게 징역 9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가 인정한 피해 규모는 206명에 128억여원이었다.

당시 재판부는 “피고인이 각 건물 담보대출금 채무와 임대차보증금 반환 채무의 합산액이 건물 시가를 초과하는 상황인데도 총 26동 오피스텔에서 새로운 임대차 계약을 계속 맺어 담보대출금을 변제하고 생활비 등으로 썼다”고 지적했다. 변씨와 검찰 모두 항소해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전세 사기 피해를 입은 임차인 86명은 변씨의 사기 등 혐의에 대한 형사 재판이 진행되던 지난 2021년 10월 변씨의 아내 A씨 등을 상대로 사해행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사해행위는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빚을 갚지 않으려고 재산을 은닉 또는 제3자에게 증여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원고들은 A씨가 변씨에게 아파트와 토지를 증여받은 것은 임대차 보증금 반환 청구권을 침해해 채권자인 임차인들의 권리를 해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피고는 재산 분할은 협의이혼에 따른 정당한 행위였고, 임차인들의 임대차 보증금 반환 청구권을 해치는 사해행위에 해당하는지 몰랐다고 맞섰지만, 법원은 피고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20일 전세 사기 피해자들이 속출한 인천시내 한 아파트 승강기에 전세사기 피해 아파트임을 알리는 문구가 붙어 있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20일 전세사기 피해와 관련해 피해 주택 경매시 일정 기준의 임차인에게 우선 매수권을 부여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또, 피해자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 전 금융권의 경매공매 유예를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뉴스1

20일 전세 사기 피해자들이 속출한 인천시내 한 아파트 승강기에 전세사기 피해 아파트임을 알리는 문구가 붙어 있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20일 전세사기 피해와 관련해 피해 주택 경매시 일정 기준의 임차인에게 우선 매수권을 부여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또, 피해자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 전 금융권의 경매공매 유예를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뉴스1

 피해 임차인 대표 권준오(37)씨는 “건물이 줄줄이 경매로 넘어가 일부 변제를 받긴 했지만, 여전히 남은 채무가 119억원에 달한다”며 “앞으로 예상되는 추심 금액을 다 모아도 30억원에 불과한데, 고통을 안긴 임대인은 항소심에서 추가로 로펌 변호사를 선임하면서도 임차인 피해는 외면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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