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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위기’ 극복 특명…구자열 “중소기업 1500억 금융지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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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왼쪽 셋째)이 지난 12일 충북 오송생명과학단지에 위치한 메타바이오메드를 방문했다. [사진 한국무역협회]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왼쪽 셋째)이 지난 12일 충북 오송생명과학단지에 위치한 메타바이오메드를 방문했다. [사진 한국무역협회]

“이 실이 사람 얼굴 안으로 들어간다는 거지요? 어느 나라에 수출되고 있나요?”

12일 오후 충청북도 오송생명과학단지 안에 있는 메타바이오메드 공장을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은 이 같은 질문을 쏟아냈다. 메타바이오는 얼굴 성형이나 피부 봉합 등에 쓰이는 생분해성 실을 만든다. 미국·중국·독일 등 세계 86개국에 수출하는 충북 지역 대표 무역 기업이다. 구 회장은 하얀 알갱이에서 실을 뽑고, 일정한 크기로 잘라 질소를 주입해 보관하는 모든 생산 과정을 둘러봤다.

최근 취임 3년차를 맞은 구 회장은 ‘중소기업 수출 해결사’를 자임하면서 현장 행보를 확대하고 있다. 지금까지 부산·울산·경남과 강원, 대구·경북 등을 찾았다. 이날도 8명의 충북 기업인과 간담회를 가졌다. LS그룹 회장 출신답게 그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답안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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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담회에 참석한 오석송 메타바이오메드 회장은 “각국의 환경인증 절차에 대응하기 어렵고, 특히 의료기기는 나라마다 규정이 달라 인증 비용만 수십억원”이라고 호소했다. 이명재 명정보기술 대표는 “고금리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금융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익환 우진플라임 대표는 “외국인 근로자 채용 때 허가서, 비자 발급 등 행정 절차가 복잡하다”고 말했다.

구 회장은 이에 대해 “지난 2월 1000억원 규모의 중소 수출기업 긴급 저리 융자 사업을 신규 도입했고, 지원 요건을 완화해 500억원 규모의 추가 지원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해외 인증에 대해서는 “무협에서 시행 중인 해외 인증 컨설팅 기능을 강화할 것이다. 충북 음성에 오픈한 해외인증지원단과 유기적으로 연계하겠다”고 말했다.

인력 채용과 관련해서도 “지방 기업인의 어려움이 클 것”이라며 “정부에 외국인 고용허가 쿼터 추가 배정, 장기근속 특례제도 등이 조속히 시행되도록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구 회장과 일문일답.

전 세계 교역 흐름이 바뀌고 있다.
“최근 10년(2012~2021년) 세계 교역량 증가율은 21%였다. 하지만 그 이전 10년(2000~2011년)에는 182%가 늘었다. 그야말로 요즘은 ‘달팽이 속도로 느린 세계화’가 진행되고 있다. 과거 한국은 자유무역의 혜택을 봤지만 지금은 반대다. 앞으로도 좋아질 가능성이 크지 않다. 환경이 바뀌었으니 이에 대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미·중 간 무역 분쟁이 날로 심해진다.
“국익을 위해 한국은 중간에서 가재처럼 행동할 수밖에 없다. 이제는 중국으로 화장품 수출도 잘 안 되고 있다. 중국이 중간 산업재를 자체적으로 생산하기 시작했다. 코로나19가 끝나서 리오프닝이 돼도 과거 같은 성수기를 누리기 힘들 것이다. 수출 품목의 다변화가 절실하다.”
무협은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우리 회원사는 대부분 중소기업이다. 최근 해외 흐름은 개별 중소기업이 대응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해외 정보도 제공하고, 나라마다 다른 정책에 대응할 수 있도록 알려줘야 한다. 우리 기업이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연구하고, 정부에 제언하는 ‘무역 업계의 싱크탱크’를 지향할 것이다.”

구 회장은 2021년 2월 무역협회장에 취임했다. 부친인 고(故) 구평회 E1 명예회장(1994~99년 역임)에 이어 2대째 무협을 이끌고 있다. 현재는 임기를 8개월가량 남긴 상태다. 그는 “연속성 있게 협회를 이끌어 나가고 싶다”며 조심스럽게 연임 의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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