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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 34곳 동시에 불붙었는데…산불진화대 전국에 겨우 182명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산불진화대원이 지난 2일 충남 홍성에서 발생한 산불을 끄고 있다. 산림청

산불진화대원이 지난 2일 충남 홍성에서 발생한 산불을 끄고 있다. 산림청

지난 2일 서울 인왕산과 대전, 충남 홍성·보령·당진 등 34곳에서 동시다발로 발생한 산불 중 일부가 여전히 진화 중이다. 산불 원인 대부분이 ‘실화(失火)’인 만큼 경각심과 안전의식을 높이되, 산불 방지 예산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산림청에 따르면 산불 발생 건수는 꾸준히 늘어나는 모양새다. 2012년 197건이었던 산불 발생 건수는 2021년 349건으로 불었다. 2019년·2020년에는 600건이 넘었다. 평균 산불 피해 면적도 증가 추세다. 지난해엔 경북 울진, 강원 삼척에서 산불 통계를 집계한 이래 역대 최대 규모(2만923㏊) 산불 피해를 냈다.

산불 시기도 다양해졌다. 전체 산불의 약 60%가 봄철(3~5월)에 발생하지만, 최근엔 여름·겨울도 가리지 않는다. 2010~2013년에는 7월에 산불이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는데, 지난해까지 최근 5년 동안엔 7월 산불이 연평균 8회씩 발생했다. ‘지각 장마’나 ‘마른장마’가 빈번해지면서다.

김창현 산림청 중앙산림재난상황실장은 “산불 규모가 커지고, 산불 기간은 길어지고, 산불 면적은 넓어졌다”며 “과거에는 산불이 자주 나는 지역으로 진화 인력을 미리 전진 배치했지만, 지금은 전국 곳곳이 언제 어디서 산불이 날지 모르는 ‘화약고’ 상태라 긴장을 늦출 수 없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산불의 직접적인 원인은 담뱃불이나 등산객의 실수로 불이 나거나, 영농 부산물이나 쓰레기를 태우다 불이 옮겨붙는 경우가 많다. 고의로 산불을 내면 방화죄를 적용해 최대 15년 이하의 징역, 실수로 산불을 낸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지난해 11월 개정한 산림보호법 시행령에 따라 산림으로부터 100m 이내 지역에서 소각을 하다 적발되면 최대 1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봄철 고온건조한 날씨, 역대급 가뭄도 최근 산불의 원인으로 꼽힌다. 기후 온난화도 영향을 미쳤다. 유엔환경계획(UNEP)이 지난해 펴낸 ‘글로벌 산불보고서’에 따르면 기후 변화와 토지 사용 변화로 대형 산불이 2030년 14%, 2050년 30%, 2100년 50% 증가할 전망이다.

한국도 산불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건조일수’가 증가하는 구조다. 기상청에 따르면 2000년대 초중반 연간 100일을 넘지 않았던 건조주의보 발령일이 2010년대 들어 평균 127일로 늘었다. 지난해 겨울(2021년 12월~2022년 2월)에는 1973년 이래 가장 적은 비(13.3㎜)가 내렸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산림 가까운 곳에서 쓰레기를 태우거나 흡연하지 말고, 산림에 들어갈 땐 라이터·버너 같은 인화물질을 들고 가지 않아야 한다”며 “산에 연기가 피어오른다든지 불꽃이 보이면 즉시 119에 신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산림청은 임도(林道·산길)를 늘리고, 산불 진화 전문 인력인 ‘산불 특수진화대’를 확충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임도는 산불이 발생할 경우 진화 인력·장비를 투입하기 위한 필수요소다. 하지만 환경 훼손 등을 이유로 설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국 182명에 불과한 산불진화대는 처우 개선, 인원 확충 등이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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