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는 수도승의 잠언이 살갗에 닿은 불도장처럼 뜨겁다. 생물이든 무생물이든 이 생멸(生滅)의 ‘변화’를 피할 수 있던가. 채색이 바뀌는 사계절과 숱한 관계와 인연들, 그리고 생로병사는 다 변화의 간이역들이다. 간이역에는 오래 머물 수 없고, 경적이 울리면 떠나야 한다. 인도의 현자는 말한다. “변하는 것들의 세상에… 인간들이여, 내버림의 지혜를 가지라.” 이 지혜의 경적을 듣고 떠나는 자, 삶의 순간들을 값진 보화로 채울 수 있으리.
고진하·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