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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위서 사퇴하라" 민노총 요구에 한석호 "돌멩이 맞겠다" 거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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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석호 전태일재단 사무총장. 김경록 기자

한석호 전태일재단 사무총장. 김경록 기자

상생임금위원회 전문위원인 한석호 전태일재단 사무총장이 민주노총의 사퇴 요구를 거절했다. 자신이 처한 상황이 “천 길 낭떠러지에서 뛰어내린 형국”이라면서도 “죽으라고 던지는 돌멩이에 그대로 얻어맞을 생각”이라고 했다.

한 총장은 24일 상생임금위 회의를 마친 뒤 ‘상생임금위원회에 참여하며’라는 제목의 공식 입장문을 냈다. 지난 2일 발족한 상생임금위는 윤석열 정부 노동개혁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다.

한 총장은 입장문에서 “(민주노총으로부터) 상생임금위원 사퇴 및 전태일재단 사무총장 사퇴 요구를 받았다. 전태일재단과의 사업에 대한 후속 조치까지 경고한 요구”라며 “40년 운동 삶이 끝장날 수 있다는 악몽에 시달리며, 어떤 밤은 홀로 들판을 헤매다가 어떤 밤은 철망에 갇혀 있다가 어떤 밤은 흐느끼다가 눈뜨는 나날의 연속”이라고 근황을 밝혔다.

앞서 민주노총은 지난 8일 한 총장 사퇴를 요구하는 내용의 공문을 전태일재단에 보냈다. 다음 달 2일까지 회신하라는 시한이 덧붙었다. 민노총은 한 총장의 상생임금위 참여가 윤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개혁에 명분만 더해줄 뿐이라는 입장이다. 이에 한 총장은 지난 12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이게 전태일 열사가 했던 일이 아닌가. 상생임금위가 아니라 다른 위원회라도 참여해서 기를 쓰고 뭔가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도 한 총장은 상생임금위에 참여한 이유에 대해 “낭떠러지 중간 바위틈에 위태롭게 매달린 채 찬바람 맞고 있는 ‘지불능력 바깥의 노동’과 ‘근로기준법 바깥의 노동’, 그들의 손을 잡고 싶다는 열망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바깥노동은 이중구조의 밑바닥에서 팍팍하고 고달픈 일상을 휘청휘청 견뎌 내고 있다. 그들의 삶과 요구를 사회 전면에 내세우고 싶다는 소망으로, 죽을 줄 알면서도 낭떠러지에서 뛰어내렸다”고 밝혔다. 그는 또 “빨리 떨어져 죽으라고 던지는 돌멩이는 그대로 얻어맞을 생각이다. 노와 사, 정치, 언론, 지식인 등 온 사회가 마음을 모아 연대의 밧줄을 내리면, 바깥노동과 함께 그 밧줄을 잡고 오를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한석호(왼쪽) 전태일재단 사무총장이 지난해 7월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이은주 당시 비대위원장과 대화하는 모습. 연합뉴스

한석호(왼쪽) 전태일재단 사무총장이 지난해 7월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이은주 당시 비대위원장과 대화하는 모습. 연합뉴스

한 총장은 “바깥 노동은 해당 사업장에선 임금 또는 소득을 더 올리고 싶어도 지불능력이 없고 근로기준법 바깥에 있어서 불가능하다”며 “(이런) 하청노동·불안정노동·영세소상공인·플랫폼·프리랜서 등이 무려 1500만 명”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바깥 노동의 다수는 매일 8시간 이상 노동을 하면서도 2만불이 안 되는 임금과 소득으로 살아간다”며 “그들에게 3만 달러와 2만 달러의 중간, 즉 연 소득 3000만원은 보장하는 시대를 열어야 한다. 5인 미만 사업장도 근로기준법을 전면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사회적 임금’과 ‘사회적 소득’의 개념이 필요하다는 게 한 사무총장의 생각이다. 그는 “(상생임금위가 추진하는) 임금체계 개편 이전에 하위 임금은 두텁게 인상하고 상위 임금은 얕게 인상하는 ‘하후상박 임금연대’나 상위의 소득점유율을 적절한 수준으로 조절하고 남는 것은 바깥 노동으로 돌리는 ‘소득연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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