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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협, 로톡 가입 변호사 징계는 위법”…조사종료 15개월 만 뒤늦은 결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한변호사협회와 서울지방변호사회에 대해 과징금 총 20억원을 부과했다. 소속 변호사들에게 법률플랫폼 서비스인 로톡 이용을 금지하고, 이를 지키지 않으면 징계를 내린 행위에 대해 위법이라는 판단을 내리면서다. 공정위가 조사를 종료하고 판단을 내리기까지는 15개월이 걸렸다. 그 사이 로톡은 손실이 계속 불어나면서 직원 절반 감축에 나섰다.

“로톡은 합법, 변협은 위법” 판단

지하철역 로톡 광고. [사진 로앤컴퍼니]

지하철역 로톡 광고. [사진 로앤컴퍼니]

공정위는 23일 대한변협과 서울변회에 과징금을 각각 10억원씩 부과하고, 위법 행위를 중지‧금지하는 내용의 시정명령을 내린다고 밝혔다. 변호사단체를 사업자단체로 보고 구성 사업자의 자유로운 광고 활동을 제한한 것에 대한 제재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사업자단체는 회원들의 활동을 부당하게 제한해선 안 된다.

로톡의 서비스 자체가 변호사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도 내렸다. 돈을 받고 변호사를 중개하는 업무는 불법이지만, 로톡은 변협의 주장과 달리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앞서 법무부는 로톡을 변호사 광고 플랫폼이라고 해석했다. 서울중앙지검도 지난해 5월 로톡이 중개 플랫폼이 아닌 광고 서비스라는 취지로 로톡에 대해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연기만 2번…제재까지 15개월 걸려

공정위가 대한변협‧서울변회의 로톡 가입 변호사 징계가 부당해 이를 시정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지만, 뒤늦은 결론이라는 비판을 피하긴 어려워졌다. 로톡 측이 변협을 공정위에 신고한 건 2021년 6월이다. 같은 해 11월 공정위는 변협 제재가 필요하다는 내용으로 심사보고서(검찰의 공소장 격)를 발송했다. 조사 절차를 모두 마친 게 2021년인데 이번 결론을 내기까지 15개월이 걸렸다.

당초 공정위는 이 사건의 제재 수위를 정하기 위한 전원회의 일정을 지난해 10월 12일로 잡았다. 그러나 변협이 해외출장 등을 이유로 심의를 미뤄달라고 요청하면서 지난해 11월로 한 차례 연기된 데 이어 올해 2월로 또다시 미뤄졌다. 지난 5년간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심의한 사건 중 대한변협을 제외하고 당사자 요청으로 심의 기일이 연기된 건 3건에 불과하다. 사건 내용이 복잡하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원회의가 열리기까지 1년 이상이 걸린 것도 이례적이다.

이종엽 전 대한변호사협회 협회장이 지난해 5월31일 서울 강남구 대한변호사협회에서 열린 '변호사 광고규정 관련 헌법재판소 결정의 의미' 대국민 설명회에서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이종엽 전 대한변호사협회 협회장이 지난해 5월31일 서울 강남구 대한변호사협회에서 열린 '변호사 광고규정 관련 헌법재판소 결정의 의미' 대국민 설명회에서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공정위 전원회의가 4개월가량 뒤로 밀리는 사이 변협 회장 선거가 이뤄졌다. 협회장을 비롯한 집행부는 바뀌었다. 또 변협은 지난해 10월 17일엔 로톡에 가입한 변호사 9명에 대해 견책이나 과태료를 부과하는 징계를 의결했다.

그 사이…기득권 압박에 혁신 멈췄다

진짜 문제를 토로하는 건 로톡을 운영하는 로앤컴퍼니다. 로앤컴퍼니는 20일부터 직원 절반 이상을 감원하는 것을 목표로 희망퇴직을 신청받기 시작했다. 100여명인 직원은 50여명으로 줄어들 예정이다. 지난해 6월에 입주한 신사옥도 내놓는다. 2021년 4월 3966명까지 달했던 로톡 가입 변호사 수는 최근 약 2000명으로 줄었다. 변협이 로톡 이용에 대한 징계를 예고한 이후 로톡은 100억원가량의 손실을 본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예정대로 지난해 가을에만 심의를 했더라도 그 정도 사태까지는 가지 않았을 수 있다고 본다”며 “로톡이 인원을 감축하면 인공지능(AI) 서비스 개발 등 혁신에도 차질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신사업으로 등장했던 로톡이 ‘타다 사태’처럼 기득권의 압력에 극심한 타격을 받은 모양새다.

한편 변협은 이날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제는 국가 행정사무인 공권력 행사에 해당한다”며 “공정위에는 심사 권한이 없고, 내용과 절차 또한 불공정하게 진행돼 곧바로 불복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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