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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급 줄이고 충당금 확대…‘은행 돈잔치’ 막는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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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대출금리가 높아 직장인의 삶이 팍팍한데도 시중은행들이 또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 한 서울시민이 은행의 대출 안내판 앞을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대출금리가 높아 직장인의 삶이 팍팍한데도 시중은행들이 또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 한 서울시민이 은행의 대출 안내판 앞을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금융감독원이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결산 현장검사에 돌입했다. 매년 초 정기적인 결산검사라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땅 짚고 헤엄치기식 은행의 돈 잔치’를 직접 겨냥한 만큼 은행의 손실 흡수 능력을 살피는 고강도 검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전날 카카오뱅크를 시작으로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등 10개 은행에 대한 현장검사에 착수했다. 이날 이복현 금감원장은 임원회의에서 “성과 보수체계가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의 취지와 원칙에 부합하게 운영되고 있는지에 대해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전날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은행의 돈 잔치로 국민의 위화감이 생기지 않도록 관련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지난해부터 금리가 급격히 오르며 서민들이 ‘이자 폭탄’에 허덕이는 동안 은행은 막대한 이자 이익을 거두고 그 과실을 성과급 형태로 온전히 가져갔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4대 금융지주(KB국민·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는 지난해 15조8506억원에 이르는 역대 최대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이자로 벌어들인 돈만 39조6735억원이다. 이를 바탕으로 주요 은행은 지난해 직원들에게 기본급의 200~300%에 이르는 성과급을 줬다. 양정숙 무소속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성과급 지급 규모는 1조3000억원으로 추산된다. 또 은행들은 지난해 말 이후 퇴직자에게 1인당 평균 6억~7억원의 퇴직금을 안겼다.

금융 당국은 성과급 과다 지급을 막기 위해 ‘성과급 이연 지급제’가 제대로 실시되고 있는지 들여다보기로 했다. 현재 금융회사 임원 및 금융투자업무 담당자에 대해서는 성과보수의 40% 이상을 3년 이상 이연해 지급해야 한다. 금융권이 단기 성과로 성과급 잔치를 벌이는 관행을 차단하기 위한 제도다.

이 원장은 “은행의 성과 평가 체계가 단기 수익 지표에만 편중되지 않고 미래 손실 가능성과 건전성 등 중장기 지표를 충분히 고려해 미흡한 부분은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 당국은 이연성과급제 대상 확대 등을 검토한다. 과다한 성과급을 줄이는 대신 미래 위험 대비를 위해 은행이 충당금을 더 쌓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은행권은 향후 3년간 총 5000억원 규모의 재원을 공동으로 조성해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정도 규모는 막대한 이자 수익에 비해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시각도 있다. 이에 금융 당국은 상생 금융 프로그램에 대한 경쟁 촉진을 위해 금융사별 사회공헌 활동을 공개하는 안도 검토하고 있다.

금융지주를 포함한 소유 분산 기업의 지배구조개선안 준비도 속도를 낸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금융위 업무보고에서 ‘주인 없는 기업’에 대한 지배구조 선진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날 금융발전심의회에서 “금융회사의 내부 통제 강화, 지배구조 개선에 대해 조속히 세부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다음 달 초 ‘기업 지배구조 개선 태스크포스(TF)’를 출범하기로 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해 금융 당국의 금리 개입이 시장 왜곡을 낳고 은행의 이자 장사를 결과적으로 도운 측면이 있다”며 “은행 스스로 적정 예대마진을 유지하도록 은행 간 경쟁을 유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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