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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배터리 산업, 현명한 ‘패러다임 시프트’ 필요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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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박철완 서정대 스마트자동차학과 교수

박철완 서정대 스마트자동차학과 교수

2023년 새해가 힘차게 밝았지만, 대한민국 이차전지 산업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중국 1개 회사(CATL)가 한국 배터리 3사의 시장 점유율 합계를 넘어서는 조짐이 1~2년 전부터 보여왔고, 이제는 우려가 현실로 자리 잡았다.

LG에너지솔루션(이하 LG엔솔)만의 점유율이었던 23%가 어느새 우리 배터리 3사 점유율의 총합이 됐다. LG엔솔은 점유율 세계 1위에서 3위로 내려앉았다. 그나마 이차전지 산업 제반 업황이 워낙 좋아 우리나라 기업들도 같이 성장했지만, 중국의 성장세는 더욱 가팔랐고 추세 또한 여전해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어디까지 밀려날지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반도체는 ‘초격차’일지 몰라도 이차전지, 즉 배터리는 ‘미격차’인지 오래다.

끊임없이 성장할 듯했던 배터리 전기차 시장도 어느덧 경기 둔화를 걱정해야 하는 시점이다. 시장 장악력에 있어 독보적인 테슬라가 결국은 ‘치킨 게임’에 들어갔다. 후발 경쟁사(상당수가 우리 배터리 3사 고객사)의 신차들이 시장에 막 안착하려는 시점에, 테슬라가 파격 할인으로 둔화한 전기차 시장 재장악에 나서니 우리에겐 토네이도와 같은 상황이다.

이미 중국 모 배터리 제조사 대표 등이 ‘Overcapacity’(배터리 전기차나 ESS용 배터리 수요 대비 공급 설비 과잉)이 이르면 2024년에 올 것이라 예측했다. 세계적인 공격적 증설로 여러 곳에서는 2025년을 ‘Overcapacity’의 중대 분수령으로 보고 있다.

‘앞으로 나가지 않으면 죽는다’란 패러다임이 한때 배터리 산업을 지배했지만, 이제 ‘무리하게 나가면 죽는다’로 패러다임 시프트가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 신·증설 계획은 급변하는 산업 환경을 제대로 읽고, 가·감속 타이밍과 코너 공략 전략을 제대로 잡아야 장기 레이스에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요한 건 이차전지 산업을 신중히 되돌아볼 수 있는 시기가 이제 왔다는 것이다. 2023년은 제2차 산업 기술혁신 5개년 계획, 차세대 성장동력사업, 산업 통합 전략하에 ‘이차전지’라는 정부 공식 용어까지 제정하며 민간 중심 이차전지 산업을 만들고 육성하기로 한 2003년에서 20년이 되는 뜻깊은 해이다.

민간의 차분한 노력과 더불어 정부의 방향 설정과 추진 또한 중요한 시점이다. ‘산업에 부담되지 않게 민간 주도로 할 수 있도록’ 제대로 된 지원과 정책이 이차전지 산업에도 20년 만에 다시 제대로 나오는, 뜻깊은 2023년 한 해가 되길 간곡히 기원한다.

박철완 서정대 스마트자동차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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