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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미세먼지, 태아까지…임신부 노출 땐 아기 신경발달에 악영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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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7일 중국 동부 안후이성 푸양시의 한 병원에서 간호사가 신생아를 돌보고 있다. 태아 때 미세먼지 노출이 심하면 신경 발달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달 17일 중국 동부 안후이성 푸양시의 한 병원에서 간호사가 신생아를 돌보고 있다. 태아 때 미세먼지 노출이 심하면 신경 발달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AFP=연합뉴스

임신 중에 산모가 초미세먼지 등 대기오염 물질에 과다하게 노출되면 태어난 아기의 신경 발달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잇따라 발표됐다.

기존에도 선진국에서 임신 중 미세먼지 오염 노출에 대한 연구가 진행됐으나, 상반된 결과가 제시돼 결론을 내리기 어려웠다.
최근 발표된 연구는 상대적으로 높은 미세먼지 오염에 노출이 많은 산모와 아기를 대상으로 했고, 그에 따라 상관관계가  뚜렷하게 나타난 것으로 지적됐다.

미세먼지 노출, 근육 운동 점수 낮춰

임신한 여성

임신한 여성

미국 콜로라도 대학 연구팀은 '환경 보건(Environmental Health)'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출생 전 엄마 뱃속에서 대기오염에 노출되면 생애 초기의 신경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남부 캘리포니아의 라틴계 산모와 아기 161쌍을 대상으로 임신 초·중·후기 동안 초미세먼지 등 대기오염 노출 수준과 출생 후 2년 된 아기의 신경 발달 정도를 '베일리 영유아 발달 검사 3판(BSID-III)' 방법으로 분석했다.

분석 결과, 출생 전 대기오염 노출이 신경발달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생 전 미세먼지(PM10, 지름 10㎛ 미만 먼지, 1㎛=1000분의 1㎜)와 초미세먼지(PM2.5, 지름 2.5㎛ 미만) 노출 수준이 높을수록 2세 때 인지 점수가 낮았다. 오염 농도와 종합 인지 점수와 음의 상관관계를 보인 것이다.

2018년 11월 15일 미국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의 스카이라인이 산불로 인한 연기와 연무로 가려졌다. 미국 서부 지역은 자동차 등 배기가스 뿐만 아니라 잦은 산불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초미세먼지 등 대기오염에 노출되고 있다. AP=연합뉴스

2018년 11월 15일 미국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의 스카이라인이 산불로 인한 연기와 연무로 가려졌다. 미국 서부 지역은 자동차 등 배기가스 뿐만 아니라 잦은 산불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초미세먼지 등 대기오염에 노출되고 있다. AP=연합뉴스

또, 출생 전 미세먼지 노출은 소근육 운동 척도 점수와 대근육 운동 척도 점수, 전체 근육 운동 척도 점수, 운동 척도 합산 점수 등 운동 기능과 관련된 모든 척도와 음의 상관관계를 나타냈다.

1~42개월 영유아 발달 검사에 사용하는 BSID-III에서 대근육 운동 척도는 기어 다니기, 서기, 걷기, 뛰기 등에 사용되는 큰 근육과 관련된 운동 기술의 발달 정도를 나타낸다.
소근육 운동 척도는 물체를 잡고, 조작하는 데 사용되는 작은 근육과 관련된 운동 기술의 발달 정도를 나타낸다.

출생 전 미세먼지 노출은 언어 점수, 의사소통 점수 등과도 반비례 관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특히 임신 중기와 후기 동안 미세먼지·초미세먼지 노출이 인지 점수와 소근육·대근육 운동 점수와 부정적인 연관성이 나타났다"며 "출생 직전 1~5개월 동안의 오염 노출이 2세 때 신경 발달 결과와 관련이 있음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인지 장애, 대근육 운동 장애 초래

2021년 11월 스모그로 인해 하늘이 짙은 회색으로 변한 중국 베이징 중앙 업무 지구의 사무실 건물 사이를 안면 마스크를 착용한 한 여성이  걸어가고 있다. AP=연합뉴스

2021년 11월 스모그로 인해 하늘이 짙은 회색으로 변한 중국 베이징 중앙 업무 지구의 사무실 건물 사이를 안면 마스크를 착용한 한 여성이 걸어가고 있다. AP=연합뉴스

연구팀은 "연구 대상자의 16%는 어느 정도의 인지 장애를 갖고 있었는데, 미세먼지(PM10) 오염 노출이 상위 25% 수준(32.5㎍/㎥, 1㎍=100만분의 1g)에 노출된다면 인지 장애 유병률은 22%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고 설명했다.

중국 난징 의과대학 연구팀도 '종합 환경 과학(Science of Total Environment)'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출생 전 대기오염 노출이 1세 때 신경발달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지적했다.

연구팀은 중국 장쑤 성에서 어린이 1531명을 조사했다.
이들은 태아 때 초미세먼지 노출 데이터가 있고, 1세 때 신경발달 평가(BSID-III 방법)를 완료한 어린이다.

연구팀은 임신 중 평균 초미세먼지 노출 수준이 ㎥당 10㎍(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 증가할 때마다 대근육 발달이 '최적 상황이 아닐(non-optimal) 위험이 31% 증가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또 출생 전 초미세먼지 노출은 이산화황(SO2) 농도가 높을 때 대근육 운동에 더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신경 염증과 산화 스트레스 높여

2021년 5월 중국 서남부 구이저우성 단자이의 한 병원에서 의료진이 아기에게 젖을 먹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2021년 5월 중국 서남부 구이저우성 단자이의 한 병원에서 의료진이 아기에게 젖을 먹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처럼 출생 전 대기오염 노출이 아기 신경발달에 영향을 주는 이유에 대해 미국 연구팀은 "뇌 발달을 방해할 수 있는 신경 염증 및 산화 스트레스를 증가시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신경회로 형성을 포함해 태아 때 신경이 발달하는 과정에 파괴적인 사건(환경, 면역, 스트레스)이 일어나면 신경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는 것이다.

중국 연구팀은 "태아 신경계의 발달은 임신 2~3주에 시작되고, 운동 발달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피질 및 피질척수계 기능은 임신 26~29주에 형성된다"며 "동물 연구에서 임신 중 미세먼지 노출은 태아 때는 물론 출생 후 뇌 성장과 성숙을 방해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출생 전 초미세먼지 노출이 높을수록 여러 뇌 영역에서 피질이 얇아지고, 대뇌 좌·우반구를 연결하는 뇌량(腦梁, corpus callosum) 체적이 감소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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