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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주변 많다, 뇌종양 부르는 극미세먼지…"제트기 윤활유 탓"

중앙일보

입력

항공기 엔진.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픽사베이]

항공기 엔진.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픽사베이]

항공기에서 흘러나오는 엔진 윤활유가 공항 주변의 극미세먼지 생성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극미세먼지(Ultrafine particle)는 지름이 100nm(나노미터, 1nm=10억분의 1m)보다 작은 먼지로, 지름 2.5㎛(마이크로미터, 1㎛=100만분의 1m) 미만인 초미세먼지 중에서도 아주 작은 것들이다.

극미세먼지는 크기가 작기 때문에 폐포(허파꽈리)에 도달, 혈관 속으로 침투할 수 있기 때문에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후각 신경을 통해 뇌 등 중추신경에 도달, 치매의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괴테대학과 영국 맨체스터대학 연구팀은 최근 '지구·환경 커뮤니케이션스(Communications Earth & Environment)'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공항 주변에서는 높은 농도의 극미세먼지가 관찰되는데, 이는 항공기 제트 엔진에서 사용하는 윤활유와 관련이 있다"고 밝혔다.

엔진에서 새 나온 윤활유가 고온에서 증발한 채 배출이 되고, 이것이 응축하면서 극미세먼지를 형성하는 핵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공항 공기에 극미세먼지 많아

독일 프랑크푸르트 국제공항. EPA=연합뉴스

독일 프랑크푸르트 국제공항. EPA=연합뉴스

연구팀은 우선 독일 프랑크푸르트 국제공항 주변에서 공기를 분석했다.

공항에서 불어나온 공기 덩어리에서는 도심에서 오는 공기에 비해 18nm 미만의 극미세먼지 입자 농도가 최대 15배나 되는 것을 확인했다.
극미세먼지 중에서도 입자가 큰 경우는 농도 차이가 크지 않았다.

문제는 이처럼 작은 입자는 발생원으로부터 먼 거리까지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형 공항은 일반적으로 대도시 지역과 가까운 곳에 있기 때문에 공항 주변은 물론 인구 밀도가 높은 주거지역까지 도달할 수 있다.
공항 근무자나 승객은 물론 도심 주민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셈이다.

조립 중인 항공기 제트 엔진. 로이터=연합뉴스

조립 중인 항공기 제트 엔진. 로이터=연합뉴스

연구팀은 또 실험실 내에서 윤활유를 300℃ 고온에 노출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평균 지름이 27nm인 제트 엔진의 윤활유 입자가 300℃에서 열분리기(thermodenuder)를 통과할 때는 20℃일 때보다 더 작은 입자로 쪼개지면서 평균 지름이 10nm 이하로 줄었다.

열분리기는 공기 중의 에어로졸 입자, 미세먼지 중에서 휘발성 미립자를 제거하는 장치인데, 휘발 온도를 이용해 다양한 화합물을 구분하는 데 사용된다.

윤활유가 먼지 성장 핵 역할

항공기 윤활유 유출에 따른 극미세먼지 생성 개념도. [자료: Communications Earth & Environment, 2022]

항공기 윤활유 유출에 따른 극미세먼지 생성 개념도. [자료: Communications Earth & Environment, 2022]

연구팀은 "항공기 엔진이 작동하는 300도 이상의 온도에 노출되면 제트 엔진 윤활유가 기체 상태로 쪼개지면서 휘발성 극미세먼지가 상태가 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배출된 윤활유 극미세먼지는 온도가 내려가면서 윤활유 증기가 과포화되는 지점에 이르게 되고, 불과 몇 초 내에 윤활유 증기가 핵을 형성, 지름 10nm 이상의 새로운 입자로 빠르게 성장하는 중심 역할을 한다.

연구팀은 이런 과정을 현장에서 확인하기 위해 공항 주변 공기 시료를 시간대별로, 입자 크기별(10~18nm, 18~32nm, 32~56nm)로 수집해 분석했다.

10~18nm, 18~32nm의 극미세먼지는 공항 비영업시간보다 영업시간에 더 큰 비중을 차지했지만, 크기가 32nm 이상인  극미세먼지는 시간에 따른 차이가 없었다.

극미세먼지에서 제트 엔진 윤활유가 차지하는 비율(질량 기준)을 보면 지름 10~18nm 입자 중에는 21%였는데, 18~32nm의 경우 5%로 떨어졌다.
극미세먼지 입자가 작을수록 윤활유 비중이 높았다.

연구팀은 "제트 엔진에서 배출되는 윤활유가 극미세먼지의 핵 생성과 새로운 입자의 초기 성장에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입자 늘면 뇌종양 위험도 커져

2021년 8월 3일 승객들이 미국 로스앤젤레스 국제공항의 스피릿 항공 터미널에서 탑승을 기다리고 있다. AP=연합뉴스

2021년 8월 3일 승객들이 미국 로스앤젤레스 국제공항의 스피릿 항공 터미널에서 탑승을 기다리고 있다. AP=연합뉴스

논문에서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공항 사례도 소개했다.
LA 공항 지역에서는 극미세먼지 입자 농도가 ㎤당 6700개 증가할 때마다 공항 지상 직원과 승객, 주민들 사이에 악성 뇌종양 발병 위험이 12% 증가한다는 것이다.

또, 캐나다 토론토에서는 ㎤당 극미세먼지 1만개 증가할 때마다 뇌종양 발병 위험이 12%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연구팀은 "기존 항공기 연료를 바이오 연료로 부분 대체하는 등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더라도 윤활유로 인한 극미세먼지는 줄어들지 않는다"며 "윤활유 회수를 최적화해 배출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항공기 정비를 강화하고, 항공기가 지상에 있을 때는 외부 전력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제트 엔진 가동 시간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윤활유에 첨가되는 성분 자체가 외부로 방출되는 경우 혹은 첨가제가 열 변환 과정을 거쳐 신경독성 물질로 바뀌어 방출되는 경우도 최소화해야 한다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순항 중인 항공기에서 윤활유가 배출됐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영향에 대해서도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중국 베이징 다싱 신공항. AP=연합뉴스

중국 베이징 다싱 신공항.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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