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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오염 탓 매년 900만명 조기사망…92%는 가난한 나라에서"

중앙일보

입력

인도 뉴델리의 짙은 스모그. 2019년 11월 12일에 촬영한 사진이다. 전 세계적으로 연간 900만 명이 환경오염으로 인해 조기 사망하고 있고, 이 가운데 450만 명은 지역 대기오염이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AP=연합뉴스

인도 뉴델리의 짙은 스모그. 2019년 11월 12일에 촬영한 사진이다. 전 세계적으로 연간 900만 명이 환경오염으로 인해 조기 사망하고 있고, 이 가운데 450만 명은 지역 대기오염이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AP=연합뉴스

전 세계에서 환경오염으로 인한 조기 사망자가 연간 900만 명에 이른다는 분석 결과가 제시됐다.
또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세계 경제 생산의 6.2%에 해당하는 연간 4조6000억 달러(약 5840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국제 의학 저널인 랜싯(Lancet)에서 구성한 '랜싯 오염 건강 위원회'는 18일 환경오염으로 인한 전 세계 조기 사망이 전체 사망자 6명 가운데 1명꼴로 나타난다는 내용의 논문을 '랜싯 지구 보건' 저널에 공개했다.
이번 논문은 2019년 세계 질병 부담(GBD) 자료를 바탕으로 산출한 것으로, 2015년 GBD 자료를 바탕으로 2017년에 발표한 논문 내용을 갱신한 것이다.

랜싯 오염 건강 위원회 2019년 자료 분석 

다양한 원인에 의한 전 세계 사망자 추정치 비교. 환경오염으로 인한 사망자 900만 명은 다른 원인을 크게 뛰어 넘고 있고, 흡연 관련 사망자 숫자와 비슷하다. [자료: Lancet Planet Health, 2022]

다양한 원인에 의한 전 세계 사망자 추정치 비교. 환경오염으로 인한 사망자 900만 명은 다른 원인을 크게 뛰어 넘고 있고, 흡연 관련 사망자 숫자와 비슷하다. [자료: Lancet Planet Health, 2022]

위원회는 논문에서 "2019년 조기 사망자 수치는 2017년과 같은 수준인 900만 명으로 그동안 국제 사회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문제 해결에는 별다른 진전이 없었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극심한 빈곤(실내 공기 오염과 수질오염 등)과 관련된 오염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줄었지만, 산업 오염(지역 대기오염 및 화학 오염)으로 인한 사망자는 늘어나면서 개선 효과를 상쇄했다.

오염으로 인한 조기 사망자 숫자는 전쟁이나 테러, 말라리아, HIV(인간 면역결핍 바이러스), 결핵, 약물·알코올 각각에 비해 훨씬 크고, 흡연으로 인한 사망자 수와 맞먹는다.

오염에 의한 조기 사망 원인을 구체적으로 보면 대기오염(가정 실내오염과 지역 대기오염 포함)으로 인한 사망이 전 세계적으로 667만 명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또 수질오염으로 인한 조기 사망이 136만 명, 납으로 인한 사망이 90만 명, 독성 산업 재해로 인한 사망이 87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지난달 29일 인도 첸나이 페룬구디 쓰레기 매립지에서 화재가 발생한 후 소방관들이 진화 작업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달 29일 인도 첸나이 페룬구디 쓰레기 매립지에서 화재가 발생한 후 소방관들이 진화 작업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특히, 지역 대기오염으로 인한 조기 사망은 지난 2000년 290만 명에서 2015년에는 420만 명, 2019년에는 450만 명으로 꾸준히 늘었다. 납을 포함한 유해 화학물질로 인한 사망 역시 2000년 90만 명에서 2015년 170만 명, 2019년 180만 명으로 늘었다.

이에 따라 지역 대기오염과 유해 화학물질로 인한 사망을 합산한 '현대적 오염'으로 인한 사망자는 2000년 380만 명에서 2015년 590만명, 2019년 630만 명으로 늘어났다. 지난 20년 동안 66% 증가했다.
납과 독성물질로 인한 조기 사망은 실제보다 과소평가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연구팀은 세계은행의 분석을 인용, 이러한 조기 사망은 2019년 기준으로 총 4조 6000억 달러(약 5840조 원)에 달하는 경제적 손실, 세계 경제 생산량의 6.2%에 해당하는 손실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조기 사망 92%는 저·중 소득국가에서 발생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 지역의 현대적 오염에 의한 사망률 변화. 2000년과 2019년을 비교한 것으로, 인구 10만 명당 사망자 숫자가 얼마나 증가했는지를 보여준다. 대한민국은 별 차이 없지만, 북한은 20년 동안 10만 명당 50명 정도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 [자료: Lancet Planet Health, 2022]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 지역의 현대적 오염에 의한 사망률 변화. 2000년과 2019년을 비교한 것으로, 인구 10만 명당 사망자 숫자가 얼마나 증가했는지를 보여준다. 대한민국은 별 차이 없지만, 북한은 20년 동안 10만 명당 50명 정도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 [자료: Lancet Planet Health, 2022]

연구팀은 현재 화학물질의 3분의 2는 저소득-중간소득 국가에서 생산되고 있고, 오염 관련 조기 사망의 92%도 저소득-중간소득 국가에서 발생한다며 환경오염 피해에 있어 국가 간 불평등이 있음을 지적했다.

중국에서는 부유한 국가를 위해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한국과 일본·대만 등 인접 지역은 물론 멀리 떨어진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까지 대기오염 물질을 보내고 있다고 논문은 밝혔다.
중국은 가정과 국내 소비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에서는 초미세먼지 배출량을 줄이는 데 성공했지만, 수출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의 배출량은 늘어났고, 이 늘어난 양의 60%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에서 사용하는 상품의 제조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는 것이다.

기후변화-온난화 문제 함께 풀어야

세계 각국의 어린이 납 노출 수준(단위: ㎍/dL).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는 어린이 혈액 속의 납 농도가 5㎍/dL를 초과하면 치료 받도록 기준을 정했는데, 전 세계 어린이 가운데 800만 명이 이 기준을 초과했다. 현재 이 기준은 3㎍/dL로 강화됐다. 혈중 납 농도가 5㎍/dL 이상이면 지능검사에서 수치가 3~5점 낮게 나올 수 있다. [자료: Lancet Planet Health, 2022]

세계 각국의 어린이 납 노출 수준(단위: ㎍/dL).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는 어린이 혈액 속의 납 농도가 5㎍/dL를 초과하면 치료 받도록 기준을 정했는데, 전 세계 어린이 가운데 800만 명이 이 기준을 초과했다. 현재 이 기준은 3㎍/dL로 강화됐다. 혈중 납 농도가 5㎍/dL 이상이면 지능검사에서 수치가 3~5점 낮게 나올 수 있다. [자료: Lancet Planet Health, 2022]

연구팀은 저소득-중간소득 국가를 중심으로 대기오염 모니터링, 임산부와 어린이를 포함한 인구 전반에 대한 혈액 납 검사를 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선진국의 경우 인구 10만~60만 명당 대기오염 측정소가 갖춰져 있으나, 사하라 사막 이남의 아프리카 전역에서는 측정소가 1590만 명에 하나꼴이다. 아프리카 54개국 중에 신뢰할 수 있는 실시간 대기 질 모니터링이 이뤄지는 곳은 7개국에 불과하다.

'전통 오염'인 수질오염 문제 해결도 시급하다. 유엔 추정치에 따르면 이들 국가를 중심으로 2억 2000만 명이 여전히 안전한 식수를 이용하지 못하고 있고, 4억 2000만 명은 안전한 화장실 위생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다.

브라질 파부나 강 수상 가옥에 루이즈 비스포가 설치한 수영장에서 아이들이 놀고 있다. 이 작품은 리우데자네이루의 수질 오염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설치한 작품이다. 로이터=연합뉴스

브라질 파부나 강 수상 가옥에 루이즈 비스포가 설치한 수영장에서 아이들이 놀고 있다. 이 작품은 리우데자네이루의 수질 오염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설치한 작품이다. 로이터=연합뉴스

연구팀은 "오염 문제는 지구 전체에 대한 위협인 만큼 세계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며 "화석연료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기후변화 대책 연계할 경우 기후변화도 늦추고 환경오염도 방지하는 두 가지 이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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