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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은 어떻게 분노가 되는가…美 주목받는 한국계 작가 권오경 『인센디어리스』 [BOOK]

중앙일보

입력

인센디어리스 책표지

인센디어리스 책표지

인센디어리스
권오경 지음
김지현 옮김
문학과지성사

테러, 낙태, 사이비종교…. 소설 『인센디어리스』는 미국의 아픈 손가락을 거침없이 까발린다. 사이비 종교 단체에 빠져 테러범이 되는, 한때 촉망받는 뮤지션이자 대학생이었던 피비를 통해서다.

주인공 피비는 한국인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피아노 신동. 엘리트 음악인으로 성장하며 아이비리그 대학에 입학하지만 자신이 운전하던 중 교통사고가 나서 엄마가 숨진 뒤 죄책감에 시달리며 방황한다. 그러다 사이비 교주 존릴을 만나고 급기야 그의 지령에 따라 폭탄 테러를 하기에 이른다. 임신 중절 수술을 하는 병원을 향해서다. 피비는 생명을 지키기 위해 헌신하고 있다는 생각에 벅차오른다. 엄마의 죽음 이후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헤매다 몰두할 무언가, 헌신할 무언가를 드디어 찾았다는 생각으로.

사이비 종교와 테러가 주요 소재로 등장하지만 『인센디어리스』는 근본적으로 상실에 관한 이야기다. 이 소설은 서울에서 태어나 가족과 함께 세 살 때 미국으로 이민한 한국계 작가 권오경의 데뷔작. 작가는 신실한 기독교인으로 자라다 열일곱 살에 신앙을 잃었고 “스스로 선택한 길임에도 신앙의 상실이 너무나 고통스러웠다. 그 고통이 창작의 동력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가 10년 동안 이 소설을 쓰며 목표로 했던 것은 “신앙인과 비신앙인 사이의 간극에 다리를 놓는 것”. 그는 미국의 문학 사이트 ‘일렉트릭 리터러처’와의 인터뷰에서 “많은 사람이 신앙의 양극단에 서 있다. 양쪽 세계가 어떤 모습인지 모두에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피비의 연인 윌도 상실을 경험한다. 한때 독실한 기독교인이자 신학대생이었던 윌은 신앙의 위기를 겪고 무신론자가 된다. 그는 피비를 사이비 종교에서 빼내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것이 사랑인지 아니면 자신이 가지지 못한 신앙을 가진 것에 대한 분노 또는 통제욕에서 비롯된 행동인지는 불분명하다. 피비의 광신과 윌의 분노는 불을 지른다는 의미의 제목 ‘인센디어리스’(Incendiaries)를 관통하는 두 개의 축이다.

2018년 미국에서 출간돼 전미도서비평가협회 존 레너드상 등 각종 문학상의 최종 후보에 올랐고, 권오경은 그해 여름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주목받는 작가 4인’으로 꼽혔다. 이 소설은 드라마로도 만들어진다. ‘파친코’의 코고나다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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