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계 김수현' 난생 처음 썼다…노래 같은 아이들 희곡 그림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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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작가 배삼식(53)은 ‘연극계의 김수현’으로 통한다. 그만큼 유명하고 인정받는다. 1998년 연극 ‘하얀 동그라미 이야기’를 시작으로 25년간 희곡을 썼다. 2007년 초연한 ‘열하일기 만보’는 그의 출세작. 자신이 연암 박지원이라고 주장하는 당나귀의 입을 빌려 현대 사회를 풍자하는 이 연극으로 대산문학상과 동아연극상 희곡상을 수상했다. 이후 마당놀이·오페라·창극 등 공연예술의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작품을 썼다. 그런 그가 난생처음, 어린이를 위한 희곡 그림책을 썼다.

어린이 희곡 그림책 『훨훨 날아간다』를 펴낸 극작가 배삼식(한예종 연극원 교수). 지난달 30일 인터뷰에서 "아이들이 내 책을 갖고 상상력을 채우며 놀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전민규 기자

어린이 희곡 그림책 『훨훨 날아간다』를 펴낸 극작가 배삼식(한예종 연극원 교수). 지난달 30일 인터뷰에서 "아이들이 내 책을 갖고 상상력을 채우며 놀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전민규 기자

“자유롭게 노래하며 희곡 가지고 놀길”

대본 형식의 글에 그림을 곁들인 어린이용 희곡 『훨훨 날아간다』(비룡소)이다. “찰랑찰랑 도란도란 도랑물이 들려준 이야기”, “조잘조잘 지줄지줄 개울물이 불러 준 노래”…. 소리 내서 읽으면 운율이 맛깔나게 살아나는 대사가 특징이다.
 배씨는 “아동용 희곡 그림책을 내겠다고 마음먹었을 때부터 노래극을 생각했다”며 “멜로디만 붙이면 바로 독창과 중창이 나올 수 있도록 구상했다”고 말했다. 배우들이 읽어주는 오디오북도 함께 냈다. 한예종 예술대학원 연기 전공 배우들과 아동극 연출가 김미정이 제작했다.

배씨는 “아이들이 배우들의 음성을 듣고 거기에 자유롭게 노래를 붙여, 희곡을 가지고 놀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훨훨 날아간다』가 아동 뮤지컬로 만들어질 경우 "책 속의 모든 것을 무대 위에 재연하는 방식이 아니라 관객인 아이들이 능동적으로 상상력을 발휘해 비어있는 공간을 채워나가도록 유도하는 공연이 되길 바란다”는 것이다.

『훨훨 날아간다』의 한 페이지. 사진 비룡소

『훨훨 날아간다』의 한 페이지. 사진 비룡소

'상상력으로 채워나가는 무대'는 그의 극작 철학이기도 하다. "동시에 웅성거릴 수 있다는 것이 희곡의 장점”이라며 "소설은 특정 순간을 지배하는 단일한 목소리가 있지만 희곡은 시간 예술이기 때문에 연극을 통해 동시에 여러 명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글이 글로 끝나지 않고 최종적으로 배우를 통해 관객에게 전달되기 때문에 연기의 영역을 상상하면서 작업할 수 있다는 것이 희곡을 쓰는 가장 큰 매력”이라고 했다. 마찬가지로 관객들은 “극을 보고 마음속에 다른 세계를 상상하게 될 때” 가장 행복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전북 ‘마이산 설화’에 생태주의 메시지

『훨훨 날아간다』는 배씨 고향인 전북 진안 마이산 설화에 뿌리를 두고 있다. 하늘에서 죄를 지어 지상으로 내려오게 된 부부가 산이 돼서 오랫동안 지내다 그 자리에 굳어졌다는 내용이다.

 그런 설화 내용을, 산이 되어 잠들어 있던 청룡과 백호가 하늘로 돌아가려 하는 모습을 본 오누이가 만류해 이들이 하늘로 돌아가지 않고 계속 산으로 남아있게 됐다는 내용으로 새롭게 풀어냈다. 생태주의적 메시지도 담았다. “우리 선조들은 돌이라도 무기물 덩어리로 생각하지 않고 생명이 깃들어 있는 상징으로 여겼다”며 “자연을 함부로 대하지 말고 어우러져 살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이번 책을 통해 하고 싶었다”고 했다.

『훨훨 날아간다』는 오누이와 개울과 박달나무가 함께 외치는 다음과 같은 대사로 끝난다. “산아, 산아, 고마워. 여기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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