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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도 버텼는데 고물가에…” 이대 명물 분식집도 문 닫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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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이화여대 앞 명물로 꼽히는 분식집 ‘빵 사이에 낀 과일’이 고물가를 견디지 못하고 오는 5월 폐업 예정이다. 서지원 기자

이화여대 앞 명물로 꼽히는 분식집 ‘빵 사이에 낀 과일’이 고물가를 견디지 못하고 오는 5월 폐업 예정이다. 서지원 기자

1997년부터 이화여대 앞 좁은 골목에서 분식집 ‘빵 사이에 낀 과일(빵낀과)’을 운영해 온 박춘희(72)씨는 오는 5월 가게 문을 닫기로 했다. 한때 줄 서서 먹어야 할 정도로 인기를 끈 ‘이대 명물 가게’였지만 요즘은 하루 평균 방문객이 손에 꼽힐 정도다. 박씨는 “코로나 터지고 문을 닫으려고 했더니 재학생·졸업생들이 뛰어와서 ‘안 돼요’ 하기에 버텼다”고 말했다.

가게 한쪽 벽면에 붙어 있는 졸업생 방문 쪽지. 서지원 기자

가게 한쪽 벽면에 붙어 있는 졸업생 방문 쪽지. 서지원 기자

코로나19 방역 완화에도 대표적 대학가 중 하나인 이화여대 상권은 살아나지 않고 있다. 비대면 수업이 확산하면서 학생들의 발걸음이 뚝 끊긴 데다 관광객도 급감한 탓이다. 설 연휴 직전 살펴봤더니 이대 정문에서 신촌기차역 방면으로 길게 늘어선 1층 상가 43개 중 영업 중인 상가는 14곳뿐이었다. 전체의 32.6% 수준이다. 나머지 가게 유리창엔 임대 문의 안내글만 덩그러니 붙어 있었다. 박씨는 “지난해 대면 수업이 시작됐다지만 이대 상권은 여전히 방학이에요. 3년째…”라고 안타까워했다.

박씨에게 더 무서운 건 고물가였다. 5000원짜리 과일 샌드위치 2개를 만드는 데 필요한 ‘후루츠칵테일’ 한 통 가격이 최근 2600원에서 3850원으로 48% 인상됐다. 5000원대이던 식빵 가격은 7490원으로 뛰었다. 이렇게 장바구니 물가가 치솟았지만 샌드위치 가격은 코로나 이전이나 지금이나 그대로다. 학생들 주머니 사정 때문이다.

가게 한쪽 벽면에는 “10년 만에 왔어요. 아직 있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99학번 졸업생, 딸이랑 같이 방문했어요. 20년 전 맛 그대로네요” 같은 쪽지가 붙어 있었다. 그는 “학생들 얼굴이나 한 번 더 보자는 마음에 5월 말까지는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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