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후진타오, 인도 방문 '50년 과거사' 접고 경제 동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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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左)과 부인 류융칭(劉永淸) 여사가 20일 인도 뉴델리에 도착했다. 오른쪽은 프라나브 무케르지 인도 외무장관. 후 주석은 중국 정상으로는 10년 만에 인도를 공식 방문했다.[뉴델리 AP=연합뉴스]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18~19일)를 계기로 실리를 챙기기 위한 각국의 외교전이 뜨겁게 펼쳐지고 있다. 21개국 정상들은 APEC 기간 중 숨가쁘게 다자.양자회담을 진행하며 협력 관계를 다졌으며, 회의가 끝난 뒤에도 방문 외교에 나서며 국익 챙기기를 이어갔다.

◆ '친디아 동맹' 만들기=중국의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은 APEC 정상회의를 마친 뒤 20일부터 나흘 일정으로 인도를 찾았다. 만모한 싱 인도 총리를 만나 전면적인 동반자 관계를 다지기 위한 발걸음이다. 중국 최고지도자의 인도 방문은 1996년 장쩌민(江澤民) 주석 이후 10년 만이다.

양국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50년간 껄끄러웠던 과거사를 청산하고 '친디아(Chindia:China+India) 동맹' 가동을 위한 구체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60년대 이후 분쟁을 벌여 온 영토 문제보다 통상.경제협력 분야를 집중 거론할 것으로 예상된다. 외신들은 양국이 외무장관 핫라인 개설, 투자보호협정 등 12개 항을 합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인도는 자국과 전략적 이해 관계를 가진 외국 원수에게만 허용하는 상.하 양원 합동회의 연설 기회를 후 주석에게 제공하는 등 최상급 대우를 한다. 양국은 올해 교역액이 200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며 2015년까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기 위해 협상 중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左)이 19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에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을 만나 러시아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지지를 얻어냈다.[하노이 AP=연합뉴스]

◆ 손잡은 미.러=APEC 회의는 한동안 냉각됐던 미국과 러시아 관계를 정상화하는 계기가 됐다. 양국은 19일 하노이에서 러시아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위한 양자협정에 서명했다. 러시아로선 WTO 가입을 위한 최대 관문을 통과한 것이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러 최대 항공기 제작업체 수호이에 대한 제재조치를 해제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미국은 올 8월 이란에 대한 대량살상무기(WMD) 관련 물자의 금수조치를 위반했다며 수호이와 러 국영 무기수출업체 로스오보론엑스포르트에 대해 제재 조치를 취했다.

이로써 러시아의 언론 탄압, 외국기업 통제 등을 미국이 비판하면서 한동안 꼬였던 양국 관계는 해빙무드로 돌아섰다. 미국의 양보는 북한과 이란 핵 문제, 이라크 사태 해결 등에서 러시아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전문가들은 해석하고 있다.

◆ 국제무대에 확실히 이름 올린 베트남=베트남은 7일 WTO 가입에 이어 APEC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함으로써 60~70년대 전쟁으로 인한 부정적 이미지를 씻고 역동적으로 성장하는 신흥개발국 이미지를 확실히 굳혔다. 부시 미 대통령은 베트남을 '아시아의 작은 호랑이'라고 칭송했다.

베트남은 APEC 정상회의 기간 중 미국을 포함해 중국.러시아.일본.칠레 등 정상들의 국빈방문을 받고, 한국을 포함한 6개국과 양자 정상회담을 열면서 국제외교 무대에 화려하게 재등장했다. 각국 최고경영자(CEO) 회의를 동시에 열어 미국.한국 등으로부터 30억 달러 규모의 투자도 유치했다.

유철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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