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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정 서울대 총장 "지금의 난세는 지성의 빈곤과 타락"

중앙일보

입력

오세정 서울대 총장이 2일 현시대를 ‘지성의 빈곤·타락’이라고 부르며 지성인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서울대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중앙일보가 주최하고, 서울대가 주관한 '혁신창업국가 대한민국' 국제심포지엄이 지난달 20일 서울대 관악캠퍼스 문화관에서 열렸다. 이날 오세정 서울대학교 총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서울대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중앙일보가 주최하고, 서울대가 주관한 '혁신창업국가 대한민국' 국제심포지엄이 지난달 20일 서울대 관악캠퍼스 문화관에서 열렸다. 이날 오세정 서울대학교 총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오세정 총장은 이날 신년사에서 “지금의 난세는 ‘지성의 빈곤’ ‘지성의 타락’이 그 배경에 도사리고 있다”며 “교육받고 정보를 가진 대중이 공론장에 참여하고 있지만 사람들은 자기가 듣고 싶은 말,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것만을 들으려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지성인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하기만 한다면 이를 극복할 수 있다”고 했다.

오 총장은 신년사 말머리에서 2022년을 “그야말로 ‘다사다난(多事多難)했던 한 해’였다”고 평했다. 정치적 진영대립·빈부 격차·이태원 참사·우크라이나 전쟁·가짜뉴스 등을 언급하며 “옛사람들이 말한 ‘난세(亂世)’란 이런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난세 속 지성인에 역할에 대해 그는 “양쪽 진영에서 비난받는 일이 있더라도 객관적인 분석을 통해 사회에 필요한 비전을 제시하고 설득하는 일”이라고 짚었다. 이어 “반지성주의가 난무하고 지식인의 사회적 역할이 의심받는 지금이야말로, 서울대인들의 진가를 발휘해야 하는 때”라고 강조했다.

대학의 역할도 언급했다. 그는 “대학은, 특히 서울대는 근시안으로 숨 가쁜 변화를 따라갈 것이 아니라, 긴 안목으로 우리 미래의 조감도와 발전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번 월드컵에서 유행했던 축구 대표팀의 세리머니 문구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중꺾마)’도 인용했는데 “올 한 해는 분명 만만치 않겠지만 지난 80년 가까이 거센 파도에도 꺾이지 않았듯이, 우리의 힘을, 지성의 힘을 믿고 나아가자”고 말했다.

2019년부터 4년간 서울대를 이끈 오 총장은 이달 31일자로 임기를 마친다. 차기 총장 최종 후보로는 유홍림 사회과학대 교수가 선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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