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부채가 1400조원을 넘어섰다. 정부부채에 공기업 빚까지 더한 액수로 국내총생산(GDP)의 70%에 육박했다.
15일 기획재정부는 이런 내용의 ‘2021회계연도 일반정부 및 공공부문 부채 집계 결과’를 발표했다. 기재부에 따르면 지난해 공공부문 부채는 1427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2020년 1280조원과 비교해 150조원 가까이 늘며 역대 최고액을 찍었다.
공공부문 부채는 일반정부 부채에 ‘그림자 나랏빚’으로 불리는 공기업 부채(금융 공기업 부채와 정부ㆍ공기업 간 내부 거래는 제외)까지 합한 액수다. 중앙ㆍ지방정부가 보유한 빚뿐만 아니라 정부가 보증한 공기업 채무까지 포함한다. 국가가 지고 있는 실질적 빚 부담을 보여주는 지표다. 2017년 1044조6000억원이었던 공공부채는 5년 만에 400조원 가까이 불었다.
지난해 GDP 대비 공공부채 비율은 68.9%에 달했다. 한해 국가 전체가 벌어들이는 돈의 70%에 육박하는 빚이 쌓였다는 의미다. 다만 공공부채는 국제 비교가 어렵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단 8개국만 산출하는 지표라서다.
공공부채 가운데 일반정부 부채는 1066조2000억원으로 지난해 처음 1000조원을 돌파했다. GDP 대비 비율은 51.5%로 역시 처음 절반을 넘어섰다. 기축통화(국제적으로 쓰이는 통화인 미국 달러화, 일본 엔화, 유로화 등) 국가가 아닌 주요 선진국의 평균 부채 비율 56.5%에 근접했다. 더는 한국을 ‘재정 건전 국가’라고 내세울 상황이 아니다.
부채 비율은 꾸준히 올라가고 있는데 문재인 정부 들어 가속도가 붙었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정부가 위기 극복 차원에서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지출 확대에 나선 탓도 있다. 모자란 돈은 정부가 빚을 내(국고채 발행) 메웠다. 지난해 중앙정부 국고채 증가(110조4000억원)가 일반정부 부채와 공공부문 부채 증가를 이끌었다.
기재부는 결과 보고서에서 “저출산ㆍ고령화, 성장 잠재력 하락 등 중장기 재정 여건 등을 감안 시 지속 가능한 재정을 위해 건전성 관리 노력을 강화하겠다”면서 “재정준칙 법제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 법안의 조속한 입법을 추진하고 후속 조치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재정준칙은 GDP 대비 국가채무, 재정수지 적자 비율 같은 재정 건전성 지표가 일정 수위를 넘지 않도록 법으로 못 박는 제도를 말한다. 문재인 정부 때 기재부가 국회에 재정준칙 법안을 제출했고, 윤석열 정부 역시 재정준칙 도입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되지 않고 있어 시행 여부가 여전히 불투명하다.
염명배 충남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이전 문재인 정부에서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또 표를 의식해서 미래 재정에 대한 고민 없이 ‘퍼주기’ 정책을 이어갔는데 결국 나랏빚 급증이란 심각한 부작용을 남겼다”며 “‘문케어(문정부 들어 건강보험 보장을 확대한 정책)’ 정비 논란에서 알 수 있듯 한 번 늘린 재정 지출은 다시 감축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염 교수는 “결국 국민이 갚아야 할 부채이고, 저출생으로 1인당 빚 부담은 폭증할 전망”이라며 “지금이 재정준칙 도입 등을 통해 이를 정비할 마지막 ‘골든타임’인데 이 시기를 그냥 넘기면 결국 그리스ㆍ아르헨티나가 걸은 길로 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