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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융합으로 ‘순에너지’ 생성 첫 성공…발전 상용화 길 열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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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미국 에너지부 산하 로런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LLNL) 과학자들이 최근 핵융합 실험에서 ‘순(純) 에너지’를 얻는 데 처음으로 성공했다. 순 에너지란 에너지를 만드는 데 소모한 에너지보다 발생 에너지가 많다는 의미다.

‘꿈의 에너지’로 불리는 핵융합 발전에 획기적 전기가 될 전망이다.

13일 파이낸셜타임스(FT)·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LLNL 내 핵융합 연구 시설인 국립점화시설(NIF)에서 진행된 핵융합 반응 실험에서 2.1메가줄(MJ)의 에너지를 투입해 2.5MJ의 열에너지를 얻는 데 성공했다. 약 20%의 에너지 마진을 남긴 것이고, 0.4MJ의 순 에너지를 전력 생산에 쓸 수 있게 된다. FT는 “1950년대 이후 전 세계의 많은 과학자가 핵융합을 시도했지만, 순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한 사례가 없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핵융합 발전은 태양과 같은 항성(스스로 빛을 내는 별)에서 에너지를 만드는 원리를 인공적으로 구현하는 기술이다. 핵분열 반응을 이용하는 기존 원자력발전보다 더 많은 양의 에너지를 생산하면서도 방사능 오염 위험이 거의 없어 차세대 청정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로런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의 과학자들이 핵융합을 촉발하는 국립점화시설을 점검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로런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의 과학자들이 핵융합을 촉발하는 국립점화시설을 점검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현재 전 세계에 가동 중인 원전은 핵융합이 아닌 핵분열 반응을 이용해 전력을 생산한다. 핵분열은 방사성 물질인 우라늄-235와 같은 무거운 원자가 더 가벼운 원자로 쪼개지는 연쇄 반응에서 분출되는 에너지를 이용한다. 반면 핵융합은 수소 원자들이 더 무거운 원자로 합쳐지는 연쇄반응에서 에너지를 얻는다. 태양 중심부에서 에너지가 방출되는 원리와 유사해 핵융합 발전은 ‘인공 태양’이라고도 불린다.

그동안 핵융합을 통한 전력 생산은 과학계에서 ‘난공불락’의 영역이었다. 핵융합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1억℃ 이상의 고온 상태를 오랫동안 유지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막대한 에너지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핵융합을 일으키는 데 투입된 에너지양이 산출량보다 많아 순 에너지 생산에 실패해왔다. 한국을 포함해 미국·일본·중국·유럽연합(EU) 등 35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세계 최대 규모 핵융합 연구 개발 프로젝트인 프랑스 국제핵융합실험로(ITER)와 한국형 핵융합 연구시설인 한국형초전도핵융합장치(KSTAR) 등도 아직 전력 생산으로 이어질 수 있는 순 에너지를 얻지 못했다. LLNL 과학자들은 192개의 강력한 자외선 레이저빔을 작은 연료 캡슐에 집중시키는 방식으로 이런 한계를 극복했다. 수소 원자가 들어있는 캡슐 형태의 실험 장비 안에 강력한 레이저를 발사해 고온의 기체 상태(플라스마)를 만들어냈다. 이후 아주 짧은 파장의 엑스선이 생성됐으며, 이를 통해 캡슐 내부가 뜨겁게 가열되면서 핵융합이 가능한 조건이 이뤄졌다.

미 의회의 초당적 모임인 ‘핵융합 에너지 코커스’ 의장 돈 바이어 하원의원은 “불 발명 이래 인류를 빈곤에서 벗어나게 해줄 가장 큰 잠재력이 있다”고 말했다. 핵융합 기술이 상용화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핵융합 반응에 필요한 세계에서 가장 큰 레이저가 필요하고 실용화에 필요한 반응에 드는 자원도 엄청나기 때문이다. 핵융합 반응을 전력망에 적용할 수 있도록 전기로 전환하는 기술도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WP는 “상업적 사용까지는 최소 10년 어쩌면 수십 년이 더 걸릴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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