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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트로 인민폐’ 시대 오나…사우디 방문 시진핑, 39조원대 통큰 구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7일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이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 국제 공항에 도착해 환영을 받고 있다. 하늘에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을 환영하는 전투기 편대가 축하 비행을 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7일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이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 국제 공항에 도착해 환영을 받고 있다. 하늘에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을 환영하는 전투기 편대가 축하 비행을 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7일 사우디아라비아 국빈방문에 돌입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순방 기간 1100억 사우디 리얄(약 38조6000억원) 규모의 구매 계약을 체결하며 ‘페트로 인민폐’의 기반을 다질 전망이라고 8일 홍콩 명보 등이 보도했다.

‘페트로 인민폐’는 기존 ‘페트로 달러’를 대체하는 개념이다. 아랍 산유국이 원유를 수출해 벌어들인 수출대금, 즉 오일머니가 달러였던 데서 비롯된 페트로 달러를 중국 화폐인 인민폐로 바꾸겠다는 복안이다. 페트로 달러는 지난 1974년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이 사우디와 ‘페트로 달러 협정’을 맺고, 원유 대금 결제를 오직 달러만 사용하는 대신 미국은 사우디의 안보를 책임져주는 데 합의하면서 성립했다. 미국은 이를 통해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와 세계 원유 시장을 통제하는 힘을 확보했다.

이번 중국-사우디 정상회담에서 달러 대신 인민폐를 석유 무역 결산 화폐로 삼는 데 양국 정상이 합의할 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세계 원유 시장의 약 80% 이상이 달러로 결제되는 상황에서 만일 사우디가 중국과 원유 거래에서 인민폐를 사용한다면 다른 중동 산유국도 동참하면서 인민폐 국제화의 위상을 높이고, 세계적인 미국 달러 의존도를 낮출 수 있게 된다.

왕이웨이(王義桅) 인민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는 “전통적으로 미국은 아랍 국가의 주요 동맹이었지만 이란 핵 문제 이후 변하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미국이 석유 수출국이 되면서 서로 경쟁 관계가 더해졌다”고 지적했다. 왕 교수는 “시 주석은 이번 중국-아랍 정상회담에서 에너지 협력 외에 금융 협력을 강조할 것”이라며 “금융협력은 ‘페트로 인민폐’의 흥기를 불러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왕 교수는 “만일 ‘페트로 인민폐’가 실현된다면 향후 대량의 투자가 꼭 미국을 통할 필요 없이 직접 중국 시장으로 들어올 수 있게 된다”고 예상했다.

시진핑 “계승이자 창업의 여행”

시진핑 주석은 8일 사우디 최대 신문 ‘알리야드’ 기고문을 통해 이번 방문이 “계승의 여행이자 창업의 여행”이라며 전략적 의미를 강조했다. 시 주석은 이번 순방 기간 리야드에서 열리는 제1회 중국-아랍 정상회의, 중국-걸프 협력위원회 정상회의에도 참석한다.

시 주석은 기고문에서 “중국은 단결과 협력으로 아랍 국가들과 운명공동체를 구축하고, 걸프 국가들과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수립하고, 한층 분발해 사우디아라비아와 전면적인 전략 동반자 관계의 새로운 고지를 창조하자”고 강조했다.

사우디는 시 주석을 맞아 지난 7월 냉랭하게 맞았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180도 다른 환대를 제공했다. 시 주석을 태운 전용기가 7일 사우디 영공에 진입하자 사우디 공군 전투기 4대가 에스코트를 했다. 이어 전용기가 수도 리야드 상공에 진입하자 의전 호위기 ‘사우디 호크’ 6대가 전용기와 동반 비행을 했다고 인민일보는 전했다. 시 주석이 전용기 트랙을 내려올 때는 전투기 편대가 환영의 오색 연기를 내뿜으며 공항 상공을 비행하는 장면도 연출했다.

공항에는 리야드 지역 수장인 파이살 빈 반다르 알 사우드 왕자와 외교장관인 파이살 빈 파르한 알 사우드 왕자, 중국 업무를 담당하는 장관인 야시르 알 루마얀과 그 외 다른 주요 왕실 인사 및 고위 당국자들이 나와 시 주석을 환영했다.

시 주석의 해외 순방은 올해 들어 세 번째다. 지난 9월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의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와 태국 방콕의 주요 20개국(G20)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기구(APEC) 정상회담에 이어 이번에는 아랍의 맹주 사우디를 선택했다. 중앙아시아와 동남아시아에 이어 아랍권을 중국 쪽으로 끌어들여 미국의 대중국 포위망을 뚫겠다는 외교 행보다.

시 주석은 알리야드 기고문에서 “중국은 아랍 국가에 20개의 공자학원, 2개의 공자학당을 개설했고, 중국 40여개 대학에 아랍어 학과를 개설해 중국과 아랍의 새로운 역량을 배양하고 있다”고도 했다. 서구에서 공자학원은 중국의 선전기관으로 치부되면서 속속 폐쇄 당한 것과 대조된다. 지난 4년간 미국에 설치됐던 공자학원 118곳 가운데 104곳이 문을 닫았다.

알리야드지는 8일 시 주석의 방문을 계기로 전날 양국이 녹색 에너지, 수소, 태양광, 정보기술, 클라우드 서비스, 운송, 물류, 의료, 주택 및 건설 등 34건의 투자 계약에 서명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대만 무기지원 확대로 반격 

중국이 아랍권 공략에 나서자 미국과 서방도 반격을 강화했다. 미국은 대만에 대한 무기 지원을 확대했다. 6일(현지시간) 미국 상·하원 군사위원회 지도부는 내년 국방수권법 협상안을 발표하고 미래 5년간 대만에 100억 달러 상당의 군사원조를 포함했다. 일본도 국방비 증액을 발표했다. 5년 내 국방예산을 기존 국내총생산(GDP) 1% 선에서 2%로 증액해 중국과 북한의 위협에 대응할 방침이다.

유럽연합(EU)은 회원국의 중국과 무역분쟁을 세계무역기구(WTO) 분쟁 해결 메커니즘을 통해 처리할 예정이다. 중국은 대만과 관계를 강화한 리투아니아에 대해 무역 보복을 단행하면서 위생 등을 이유로 주류, 쇠고기, 유제품 등의 수입을 금지해 2022년 수출액이 전년 대비 80% 감소했다. EU는 또 중국의 유럽 기업의 지식재산권 침해 문제도 WTO에 기소할 방침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7일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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