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두목「전과누락」조작의혹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인천조직폭력배「꼴망파」두목 최태준씨(38·복역 중)의 전과기록 누락사건은 검찰이나 경찰 중 어느 한쪽이 고의적으로 조작하려했다는 의혹이 짙게 일고있는 가운데 양측이 서로책임을 전가하는 공방을 계속하고 있어 파문이 일고있다.
의혹을 사는 이유는 최씨가 87년4월 인천시 항동「호남파」폭력조직 아지트인 동아양복점 집단습격사건과 관련돼 인천시경이 89년9월7일 컬러전단 2만장과 1계급 특진혜택까지 내걸고 수배 중이었던 인물이어서 검찰이 최씨를 전혀 모를리가 없었는데도 초범으로 구형한 것이 과연 설득력을 가질 수 있느냐는 것이다.
여기에다 인천출신 국회의원 2명까지 포함된 지방유지6명의 연명으로 된 최씨 구명탄원서까지 첨부된 사실이 드러나 최씨의 전과 사실 조작의혹은 더욱 커진 것이다.
지금까지 나타난 검찰·경찰의 주장을 보면 이번 사건은 단순한 행정착오로 일어난 전과자기록유지의 허술한 관리 탓으로만 돌리기에는 석연치 않은 점이 있는 것이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검찰이 처음 경찰에 의뢰한 전과사실조회가 불가능했던 부분에 대한 책임소재와 나중에 경찰이 의뢰한 10개 손가락 지문 송부 요청을 검찰이 송부해 놓고서도 재 송부 의뢰를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 부분이다.
첫번째 조회 때 조회불능으로 나온 부분에 대해 치안본부는 책임을 전적으로 인천지검 측의 수사상식을 벗어난 실수라고 주장하고있다.
치안본부는 인천지검이2월19일 전과조회를 위해 수사자료 표를 보내오면서 최씨의 오른손 엄지손가락지문만 채취했기 때문에 전과조회가 불가능했다고 밝히고 있다.
치안본부 관계자는『주민등록증 미 발급자나 미 소지자는 10개 손가락 지문을 찍어야만 전과조회가 가능하나 인천지검이 최씨가 주민등록증 미 발급자인데도 오른손 엄지손가락 지문만 채취해 보낸 것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치안본부는 이 때문에 2월23일 감식계 정모경사가 사건을 맡고있던 인천지검 김수철검사 (현 울산지청 부장검사) 실의 여직원에게 전화로 최씨의 10개 손가락 지문을 보내줄 것을 요청하고 이 같은 사실을 지문의뢰 대장에 기록해 두었다는 것이다.
이후 한달 반정도 지나 치안본부는 검찰의 주장과는 달리 인천지검으로부터 최씨의10개 손가락 지문을 받아 이를 토대로 당시엔 전과10범임을 확인했으며 경찰이 보관하고있는 최씨의 인적사항도 정정해 컴퓨터에 재 입력시켰다는 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최씨는 67년8월 충남 서산경찰서에 절도혐의로 입건됐을 당시 생년월일을 52년8월25일이라고 밝혀 미성년자였기 때문에 이 기록으로 유지해왔고 그 후 최씨는 지금까지 주민등록을 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이 같은 상태에서 최씨는 2월5일 검찰에 자수해 동료폭력배보다 형량이 훨씬 가벼운 징역1년6월을 선고받았음에도 즉시 항소했고 유력 인사 진정서까지 받아내 초범으로 기소하면 징역1년6월 실형선고보다 더 가벼운 형량을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을 했을 것이며 그 대상을 경찰 아닌 검찰로 택했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이에 대해 사건을 담당했던 김수철 검사는『치안본부의 10개 손가락 지문요청의뢰를 결코 받은 적이 없다』고 밝히고『수사자료 표는 전과조회를 위한 것이 아니라 입건된 모든 피의자에 대해 치안본부에서 관리토록 엄지손가락지문만을 찍어 의무적으로 송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인천지검 고위관계자도『최씨를 초범으로 기소한것은 사실이지만 최씨가 자수한데다 법정에서 범행을 시인했고 나이가 40세로 사실상 폭력계 보스로서의 역할은 끝난 상태여서 이 같이 구형했다』고 말하고『조작은 있을 수 없으며 책임은 전과자 기록관리를 잘못한 경찰에 있다』고 주장했다. <김정배·저연갑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