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가 갈망하는 공무원상(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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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부산시 북구청에 근무하는 일선 공무원 이호승씨는 한달에 45만원의 봉급을 받는다. 그중 매달 15만원씩을 그는 따로 챙겼다. 아내는 적금을 붓는 줄로 짐작했다. 그는 자그마치 13년 동안 그 돈을 정말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도 모르게 낙도와 고아원의 1백70여 명 불우청소년에게 장학금으로 써왔다.
분뇨 냄새와 오물 속에서 20여 년 동안 율도 오지에서 묵묵히 수거분뇨 위생처리를 전담해오면서 기술개발을 통해 주민들에게 맑은 물을 공급해온 선희영씨,20여 년 공직생활에도 산동네 판잣집에 살면서 영세민 60가구에 수도를 가설해서 주민 칭송이 자자한 이명환씨,하루 30여 건의 농어민 세무민원을 위해 헌신하고 있는 장현자씨….
14일에 있은 중앙일보ㆍ내무부 공동주관의 청백봉사상을 수상한 영예의 공무원 18명의 면면들이다.
직무와 관련한 공무원 범죄가 해마다 급증하고 있는 공직사회의 추하고 일그러진 모습에만 접해온 우리로서는 『아직도 이런 공무원이 있구나』하는 사실에 깊은 안도와 큰 박수를 보내게 된다.
사실 따지고 보면 이들 수상공무원들이 쌓은 공적이란 국민의 공복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수행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런 모범공무원들이 이들외에도 무수히 우리 주변에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공직사회가 워낙 타락했고 공무원상이 지나치게 추하고 일그러진 모습으로 각인되어왔기 때문에 수상자로 뽑힌 이들의 업적은 더 돋보일 수 있다.
대검이 집계한 「공무원 범죄현황」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직무상 관련된 범죄가 1천2백여 명에 이르고 그중 특히 허위공문서 작성이 90.2%,뇌물수수가 55%로 지난해보다 늘어났다.
단속정보 사전누설이나 위반사항 묵인,단속대상에서 특정업소를 제외하거나 인사청탁,물품거래 등에서 금품거래가 상례화되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공무원 비리의 전형들이다.
특히 대민 봉사업무에서 공무원 범죄가 이처럼 급증하고 있는 현황은 공직사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더욱 높이고 공무원상을 더욱 추하고 일그러진 모습으로 부각시키고 있다.
검찰이 공무원 범죄 일제 소탕령을 어제부터 내렸다. 한차례의 소탕령으로 해이해진 공무원 기강이 바로잡힐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항시적인 단속과 구조적 개선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먼저 모든 공무원이 비리 소탕령의 대상으로서 타율적으로 끌려가기보다는 자발적 자정노력이 내부에서 일어나야 할 것이다.
청백봉사상을 받고도 남을 만큼 자신의 직책에 말없이 일하는 청백리들이 낱알처럼 흩어져 숨어 있기보다는 한 걸음 더 나서서 더럽혀진 공직사회에 보다 밝은 햇살과 소금으로 능동적인 역할을 함으로써 자정운동의 선도적 기능을 맡게 되기를 우리는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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