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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서 정보과장 첫 피의자 소환…정보보고서 삭제 경위 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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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이태원 참사’ 발생 전 작성된 핼러윈 기간 안전사고 위험성을 우려한 정보보고서 삭제를 지시한 의혹을 받는 전 용산경찰서 정보과장 김모 경정을 15일 소환 조사했다. 특수본 출범 후 첫 피의자 소환조사로 정보보고서 삭제를 지시한 경위와 해당 정보보고서가 어디까지 보고됐는지 등에 수사력이 집중될 전망이다. 특수본은 이날 서울시와 행정안전부 소속으로 재난 관련 업무를 해온 공무원들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하는 등 상급 기관을 향한 수사에도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특수본은 15일 오전 입장문을 통해 “주요 피의자 1명을 소환조사 한다”며 김 경정 소환조사를 예고했다. 김 경정은 이날 오후 2시쯤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마포청사에 차려진 특수본 사무실에 출석했다. 김 경정은 취재진 앞에서 “조사 과정에서 성실히 답변하겠다”고 짧게 답한 뒤 곧장 청사로 들어갔다.

‘이태원 참사’ 발생 전 작성된 핼러윈 기간 안전사고 위험성을 우려한 정보보고서 삭제를 지시한 의혹을 받고 있는 전 용산경찰서 정보과장 김모 경정이 15일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마포청사에 마련된 경찰청 특별수사본부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태원 참사’ 발생 전 작성된 핼러윈 기간 안전사고 위험성을 우려한 정보보고서 삭제를 지시한 의혹을 받고 있는 전 용산경찰서 정보과장 김모 경정이 15일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마포청사에 마련된 경찰청 특별수사본부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보고서 삭제 고의성, 윗선 개입 여부에 집중되는 수사력

 김 경정은 용산서 A정보관이 지난달 26일 작성한 ‘이태원 핼러윈 축제 공공안녕 위험 분석’ 정보보고서를 참사 발생 후 특수본이 용산서 압수수색에 나선 날 삭제하라고 지시한 의혹을 받고 있다. 해당 정보보고서엔 “올해는 방역 수칙 해제 후 첫 핼러윈 축제인 만큼 많은 인파가 운집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인파 혼잡에 따른 안전사고 발생 우려가 담겼다.

 특수본은 지난주부터 용산서 정보관들을 소환해 정보보고서 삭제 지시에 증거 인멸의 의도가 담긴 것이었는지, 규정에 따른 정당한 삭제 지시였는지를 파악하고 있다. ‘경찰관의 정보수집 및 처리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경찰관이 수집·작성한 보고서는 관련 이슈가 종결되거나 불필요할 경우 바로 파기해야 한다. 해당 정보보고서는 서울청 첩보관리시스템에 등록됐다가 72시간 뒤 삭제되는 지침에 따라 자동 삭제됐다.

 김 경정은 앞서 중앙일보에 “내부망에 등록된 것이 원본 문서고 72시간 만에 자동으로 삭제됐다. (A정보관) PC에 담긴 문서도 규정에 따라 동일하게 폐기해야 한다”며 “규정에 따라 지시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김 경정의 주장대로 규정에 따른 지시였다면 증거인멸과 직권남용 혐의 성립이 어려울 수 있다.
다만 특수본은 용산서 정보과 내에서 A정보관에게 해당 보고서를 작성하지 않은 것으로 하자는 취지의 회유가 있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김 경정을 상대로 당시 상황과 지시 내용 등을 집중적으로 캐물을 계획이다. 김 경정이 지난 11일 숨진 채 발견된 정모 전 용산서 정보계장에게 정보관들을 상대로 보고서를 삭제하도록 회유하라고 지시한 부분도 수사 대상이다.

 특수본은 또 지난달 30일 일선 경찰서 정보과장이 모인 단체 대화방에 “감찰과 압수 수색에 대비해 정보보고서를 규정대로 삭제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내린 박성민 전 서울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의 조치 내용에 대해서도 조사할 방침이다. 김 경정이 해당 지시에 따라 지침을 이행한 것인지, 정보보고서 삭제가 박 경무관을 포함한 윗선에 공유되며 조직적인 증거인멸 시도가 있었는지도 밝혀져야 할 대목이다.

 A정보관이 작성한 보고서가 어디까지 보고·공유됐는지도 특수본의 주요 관심사다. 이태원 핼러윈 축제 혼잡에 따른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을 예견한 내용이기 때문에 이임재 전 용산서장과 박 경무관을 비롯한 서울청 윗선 보고 여부가 향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적용할 때 중요 근거가 될 수 있다.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가 적용되려면 주의 의무 위반이 전제돼야 한다. 업무상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았으며, 이로 인해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예견 가능성이 입증돼야 한다. 이 전 서장은 직무유기와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의 혐의로 입건된 상태다. 이 전 서장은 1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증인으로 출석한다. 참사 당일 서울청치안종합상황실의 당직 상황 관리관이었던 류미진 총경도 함께 출석한다.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소방공무원노동조합이 지14일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마포청사 앞에서 이태원 참사 관련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하기 전 취재진과 인터뷰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소방공무원노동조합이 지14일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마포청사 앞에서 이태원 참사 관련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하기 전 취재진과 인터뷰 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수본, 출범 2주 만에 서울시·행안부 공무원 참고인 소환

특수본은 이날 수사 착수 후 처음으로 서울시 공무원을 소환하며 상급 기관을 겨냥한 수사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안전사고 예방과 대책 마련에 업무를 맡은 이모 서울시 안전총괄실 안전총괄과장이 이날 오후 참고인 신분으로 특수본에 출석한다. 행안부 소속 직원들은 전날부터 이틀째 참고인으로 소환 조사를 받고 있으며 박모 행안부 재난안전관리본부 중앙재난안전상황실장이 이날 오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됐다. 특수본측은 “용산경찰서 정보과와 112상황실, 용산구청, 서울종합방재센터 및 용산소방서 직원들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특수본은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소방공무원노동조합(소방노조)이 전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직무유기 및 직권남용,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발한 건에 대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에 따라 공수처에 통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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