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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고강도 방역에도 확진 급증, 광저우 시민 “검열 피해 광둥어로 정부 욕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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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중국 정부의 강력한 ‘제로 코로나’ 정책에 불만이 쌓인 중국 남부 주민들이 온라인에서 당국 검열을 피해 표준어 대신 광둥어로 정부를 비판하고 있다.

CNN에 따르면 중국 남부 광둥성 광저우의 이달 누적 감염자가 1만2000명에 달한 가운데 일부 지역이 재봉쇄되자 주민들은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당국에 대한 불만을 광둥어로 쏟아냈다. 13일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중국 31개 성·시·자치구의 코로나 신규 감염자는 1만4761명이었고, 이 중 광둥성이 4268명(전체의 29%)으로 가장 많았다.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인구 1900만 명의 광저우에서는 감염자 증가로 지난달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휴교령이 내려지고 버스·지하철 운행도 중단됐다. 베이징 등 다른 주요 도시로 가는 항공편도 취소됐다.

최근 제로 코로나를 비판하는 인터넷 글 상당수는 광둥어였다고 CNN이 보도했다. 한 광저우시 주민은 웨이보에 “4월에도 봉쇄라더니, 11월도 또 봉쇄냐”며 “그런데 정부는 보조금도 안 줬다. 월세가 공짜인 줄 아느냐”며 비난했다. 봉쇄 조치로 실직 위기에 놓인 이의 불만으로 보인다. 정부에 대고 “지옥으로 꺼져라” “쓸데없는 말을 지껄인다” 등 거친 말이 담긴 광둥어 게시글도 있었다고 CNN은 전했다.

중국에서는 온라인상에 정부 비판이 올라오면 신속하게 삭제된다. 그러나 최근 남부 주민들이 올린 게시글 상당수가 광둥어로 작성돼 며칠간 그대로 방치됐다. 광둥성 방언인 광둥어는 중국 남부와 홍콩에서 수천만 명이 쓰며 중국 정부가 인정한 표준어인 만다린(보통화)과 크게 다르다. 만다린만 배우면 광둥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중국 인터넷 검열 프로그램에서도 광둥어로 된 욕설이나 불만 글은 걸러내기 힘들다. 이 때문에 정부 비판 수단으로 광둥어를 쓰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고 CNN은 전했다.

지난 9월 광둥성 보건당국의 코로나19 집단검사를 비판하는 글이 온라인에 올라왔지만, 광둥어여서 검열을 피했다고 미디어 감시 단체인 차이나디지털타임스(CDT)가 전했다. CDT는 “웨이보의 검열 시스템이 광둥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해 직설적이고 대담한 게시물이 남아 있던 것 같다”며 “같은 내용이 표준어로 적혔다면 차단·삭제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중국인들은 정부를 비판할 때 광둥어·영어 등 다른 언어 외에도 숫자·기호를 활용해 왔다. 대표적인 금기어인 ‘톈안먼(天安門)’은 중국 검색엔진에서 접속이 불가능하므로 천안문 사태 발생일인 6월 4일을 뜻하는 5월 35일(5월 31일+4일), VIIV(로마숫자 64)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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