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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이태원 참사 정쟁화 조짐, 옳은 접근법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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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윤 대통령 “비통·죄송”…책임 소재는 규명해야

6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추모공간에 시민들의 추모글이 붙어 있다. 이태원역 앞 추모 공간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마련한 곳으로 지난 5일 종료된 국가 애도 기간과는 무관하게 운영이 계속된다. [뉴스1]

6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추모공간에 시민들의 추모글이 붙어 있다. 이태원역 앞 추모 공간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마련한 곳으로 지난 5일 종료된 국가 애도 기간과는 무관하게 운영이 계속된다. [뉴스1]

여당 책임 회피, 야당 정권퇴진론 모두 잘못

이태원 참사에 대한 국가애도기간이 그제로 끝났다. 희생자 발인과 송환 절차도 마무리 단계다. 이제는 국민적 애도의 마음을 철저한 진상조사를 통한 책임 규명과 더불어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개선책 마련의 힘과 지혜로 승화시킬 때다.

윤석열 대통령이 사흘간 불교·개신교·가톨릭 추모 행사에 연이어 참석해 애도의 뜻을 나타낸 것은 그 첫걸음일 것이다. 윤 대통령은 조계종 추모사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대통령으로서 비통하고 죄송하다”며 공식 사과한 데 이어 개신교 행사에선 “꽃다운 청년들을 지켜주지 못한 미안한 마음은 영원히 저를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저와 정부가 마음을 다하고 온 힘을 다해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며 ‘무한한 책임감’도 말했다. 마땅한 자세다.

경찰의 대응은 물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차원의 대처, 입법 과제, 더 나아가 시민적 자세까지 하나하나 짚어 봐야 할 게 너무나도 많다. 한두 명 처벌하고 한두 가지를 바꾼다고 안전한 사회가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걸 그간 우리는 고통스럽게 경험해 왔다. 섣부른 결론으론 실질적 안전을 확보할 수 없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따뜻한 가슴 못지않게 냉철한 이성을 유지해야 할 이유다.

하지만 정치권과 주변부에서 “‘문재인 정권이었다면 사고가 없었을 것’이라고 믿는 집단과, 대통령·주무장관·지자체장이 져야 할 지휘 책임마저 부정하는 집단이 서로 쌈질”(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을 시작한 건 개탄할 일이다. 정쟁은 진실을 드러내기보다 더욱 어지럽게 한다.

이런 분위기가 만들어진 일차적 책임은 정부·여당에 있다. 국무위원과 고위 공직자들, 여당 의원들까지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책임지는 모습을 제대로 보였다면 정쟁의 소지가 줄었을 것이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의 무책임한 언행이나 경찰 수뇌부의 한심한 행태가 빌미를 제공했다. “의무가 없는데 책임을 물을 수는 없지 않으냐”(유상범 국민의힘 의원)는 식의 두둔도 잘못됐다. 면피하려고도, 자리에 연연하려고도 하지 말라.

민주당의 최근 대응도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참사 초기엔 정쟁과 거리를 두는 듯하더니 일부라곤 하나 ‘정권 퇴진’을 입에 올리는 이가 늘고 있다. 촛불집회를 주도하려다 취소했는가 하면, 민주당 성향 인사들이 주말 촛불집회에서 “윤석열을 끌어내리자”는 구호까지 외쳤다. 자신들이 불과 6개월 전까지 집권하며 만들어놓은 시스템 탓도 있다는 걸 외면한 것이다. 염치없는 일이다.

참사가 정쟁화했을 때의 반면교사는 세월호 참사로 족하다. 매년 수백억원의 예산을 해양 사고에 들이고 수사·감사·조사가 아홉 차례 되풀이됐지만 진영 간 갈등이 깊어졌을 뿐만 아니라 해양 조난 사고도 오히려 늘었다고 한다. 같은 실수를 또 할텐가.